20년 전 만해도 한국에서 ‘대학생’이란 지성인, 지식인의 또 다른 호칭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저 평범한 20대와 젊은이를 아우르는 말로만 인식되거나 심지어는 사회와 유리되어 일신의 안전만을 꾀하는 이기적 집단이라고까지 여겨지기도 한다. 20세기의 대학생이 21세기로 살아 넘어오지 못 한 것이다.

그럼 왜 한 사회 내에서 최고의 지성인으로 대접받아야 할 대학생들이 지금의 지경에 이르렀을까? 물론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 대학생들이 덜 떨어져서(?)는 결코 아닐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세대 간의 실력, 능력 차이는 존재할 수 없다. 다만 처한 환경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바로 그 환경의 차이가 20세기 대학생이 21세기로 살아 넘어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20세기엔 독재라는 끔찍한 환경이 대학생들을 민주주의와 정의에 목마르게 했다. 그 민주주의와 정의에 대한 갈증은 대학생들의 손에 ‘짱돌’을 쥐어줬고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의식을 갖도록 했다. 하지만 21세기, 우리 대학생들은 신자유주의체제라는 참혹한 환경에 던져졌고 이는 우리들을 취업에 목마르게 해, ‘토익책’을 손에 쥐어줬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짱돌’은 분명 20세기 대학생들을 끔찍한 환경으로부터 해방시켜주었지만, ‘토익책’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winner takes all' 라는 규칙 아래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승자독식의 세계 아래, 토익책은 소수의 대학생들을 해방시켜줄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대학생들을 해방시켜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해결방식은 지식인, 지성인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듯 참혹한 환경과 그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대응방식은 우리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지성인’이라는 타이틀을 빼앗아갔다. 물론 여기서 다시 예전의 ‘짱돌’을 손에 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당장 ‘토익책’을 내려놓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작금의 참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단순히 젊은이로서의 대학생이 아닌 지성인으로서의 대학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의식만큼은 예전의 그 ‘짱돌’과 같은 날카로움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장광연 (아태ㆍ3)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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