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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김대중 없이'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때

지난 23일 국민들은 또 한 명의 지도자를 떠나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많은 국민들이 슬픔 속에 몰아넣었지만 그의 인생과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난 악인이 아닌 이상 ‘고인’이 되는 순간부터 ‘영웅’이 되는 이 사회의 분위기에는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만은 ‘예외’가 아닐까 감히 말해본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철학인 ‘민주화’와 ‘남북평화’, ‘의회주의’가 정립되기까지에는 무시무시한 ‘악조건’이 그 바탕에 있었다.


6년 반 동안의 감옥생활과 6년의 감금을 넘어 사형선고까지 받은 좌익누명 시절, 교통사고를 위장한 차량 암살 시도까지 할 만큼 극악했던 적들의 테러 등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권’을 중시하게 된 것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배경이었다. 또 누가 봐도 극명한 적대심을 갖고 있는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 결국 그들의 마음을 연 것도, “싸워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싸우라”고 민주당에 숱하게 경고한 것도, 김 전 대통령의 ‘악한 상황일수록 뛰어들어 행동하는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적ㆍ인격적 성숙의 상당 부분이 감옥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고문과 사형선고를 통해 자신을 정치적으로 압박했던 자들을 모두 용서하며 ‘보복 없는 정치'를 이야기한 사람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 생애 마지막 국내 인터뷰에서 “행동하는 양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말은 92년도에 쓴 저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에도 나타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나는 연약한 육체와 제한적 정신을 가진 인간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독재정권을 비판했던 것은 두렵고 겁이 나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지금의 전 국민적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순히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에만 그칠까봐는 조금 염려가 된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계 은퇴를 반대하던 사람들에게 “이제는 여러분의 시대다. 이제 김대중 없이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었다. 지금에 오니 이 말이 마치 오늘의 우리들에게 하고 있는 말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이제 정말로 ‘김대중 없이 해 나가야 하는’ 시대가 왔다. 김 전 대통령이 이루어 놓은 민주화의 기반을 유지시키고 나아가 더 발전시켜야 하는 의무를 다시금 새롭게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현 정부 역시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 연설에서 “이명박 정부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했던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반성해야 한다. 나아가 김 전 대통령이 생전 전력을 다해 지켜내고자 했던 ‘민주주의’와 ‘남북평화’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고인이 그토록 그것들을 중시했던 이유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고인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하며 그 곳에서는 ‘평화 대통령’의 ‘평화’가 보장되기를 작게나마 바라본다.

<김하나 편집국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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