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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만남, 그리고 대화]권은정 전문인터뷰어를 인터뷰하다“좋은 인터뷰란 나와 상대가 괴리되지 않는 것“
   
 
     
 

 

권은정

■ 학력
∙경북대학교대학원 영어영문학 석사

■ 저서
∙그 사람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왕따 들

■ 경력
- 국무총리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
- 한겨레신문 인터뷰 전문작가
- 월간지「참여사회」편집위원
- 한겨레신문 런던 주재 통신원
- 프레시안 인터뷰 연재
「권은정의 WHO」, 「권은정의 Social Job」

전문 인터뷰어를 인터뷰 하려니 긴장돼요. (웃음) 인터뷰어 경력 15년 동안 본인이 인터뷰를 당해본 적은 얼마나 되나요?
얼마 없어요. 한 세 네 번? 사실은 이번 인터뷰에 응한 이유가 내가 만약 거절하면 앞으로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 거절당할까봐예요. (웃음)

연재 인터뷰 기사를 쓰시면서 매주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시잖아요? 그러려면 인터뷰를 준비하는 시간이 꽤 촉박할 것 같은데요.
사실 준비를 완벽히 해서 갈 순 없어요. 그렇지만 그 개인에 대한 준비는 부족하더라도 그 사람이 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는 필수예요. 그리고 사실 유명한 사람이 아니고는 그 개인에 대한 정보는 알기가 힘들잖아요.

네, 그렇죠. 선생님은 유명한 사람들보다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자주 인터뷰 하시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의 말은 늘 공식화되어 있고, 전에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이야기를 나한테 또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죠. 그러면 내가 굉장한 재주를 부리지 못 하는 한, 똑같은 이야기를 재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예요. 그에 반해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듣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새롭게 알리는 일은 정말 즐겁죠. 

그렇군요. 그렇다면 인터뷰를 할 때의 ‘철칙’ 같은 것도 갖고 계신가요?
있어요. 뭐 사실 딱히 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절대로 왜곡하지 않는다는 거? 사실 나는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몰라요. 한 번도 그런 생각이나 시도를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정해 놓은 거라기보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거예요. 그리고 난 인터뷰이가 싫어하거나 “묻지 말아 주세요” 하는 것들은 그대로 지켜주는 편이에요. 인터뷰어가 인터뷰이한테 신뢰를 얻으려면 이런 것들을 지키는 건 반드시 필요하죠. 그래서 내 글은 다른 글들에 비해 그렇게 ‘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난 인터뷰 글이 굳이 선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 안 해요. 흥미만 배가 될 뿐이지, 글이 전달할 수 있는 의미가 배가 되진 않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의 글에 잔잔한 일기 같은 매력이 있는 거군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진심을 끌어내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요?
… 이런 건 있어요. 아마 나하고 인터뷰를 하는 사람은 나한테서 ‘아, 참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있구나’ 하는 걸 느낄 거예요. 난 상대방에게 그 확신은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 있으면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까지도 알 수 있거든요? 가령, 그 사람이 설명해주지 않은 인과관계를 파악해 “아아, 그러니까 ~해서 ~하게 되셨군요” 하고 말하면 “맞아요! 그래서 그런 거죠!” 하며 굉장히 좋아할 때가 있어요. 이건 꼭 전문 인터뷰어에게만 필요한 노하우라기보다 ‘대화의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렇군요. 그렇다면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글쎄, 인터뷰이가 도당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될 때? (웃음) 두서없이 말할 때나 자기 얘기에 빠져 있을 때. 이럴 때 나오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죠. 상대의 말을 어떻게 무안하지 않게 적절히 잘 끊거나 정리해서 내가 원하는 이야기 쪽으로 흘러가게 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면서 대화를 리드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인터뷰어의 능력이에요. 많이 하다 보면 늘어요. 그리고 또 힘든 건 자기를 자꾸 ‘덧칠’하려는 사람을 상대할 때예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데 자꾸 이중 삼중으로 자신을 감추려고 하거나, 자기는 그게 아닌데 그런 척 하려고 하는 사람. 그런 사람하고 대화할 때는 참 힘들죠.

그럼 가장 즐겁거나 행복할 때는요?
반대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 만나면 아주 재밌고 유쾌해요. 인터뷰할 때도 기분 좋고 기사 쓸 때도 재밌고. 그리고 정말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게 되는 순간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일이 세상에 알려지고, 그래서 그 일에 대한 직접적인 후원이 이뤄지거나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질 때예요. 예를 들면 장애인 야간학교 관련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등교할 때 이용하는 봉고차가 너무 고물이었어요, 휠체어용 특수장비도 없는.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난 후 어떤 복지가가 천 만원을 후원금으로 보내 좋은 봉고차를 살 수 있었죠. 최근에 인터뷰한 고려인도 직접 만든 청국장 매출이 엄청나게 올라가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할 때. 꼭 그런 물질적인 결과가 아니더라도 내 글을 통해서 한 사람이라도 용기와 희망을 얻는 것을 발견했을 때 역시 마찬가지예요. 정말 많은 보람을 느끼죠. (미소)

와, 누가 봐도 뿌듯한 일이군요. 그렇다면 좋은 인터뷰 글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음, 인터뷰이를 만나 이야기를 듣잖아요?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면 녹음파일을 들으면서 글을 써야 하는데, 그 때부터는 쓰는 사람이 주인공인 거예요. 물론 인터뷰이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 사람을 표현하는 건 나니까, 나와 그 사람이 괴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독자들은 어떤 틈이 있으면 다 알아내거든요. 그러니까 글을 쓸 때는 인터뷰이가 한 이야기들을의 흐름을 유연하게 배열하고 내 느낌들도 적절히 언급해주면서 나와 상대가 괴리되지 않도록 글을 써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독자들이 아무런 반감없이 글을 읽어 내려갈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런 게 글의 완성도도 높이는 거예요. 칼럼이나 사설 등과 비교했을 때 인터뷰 기사는 완성도가 떨어져도 된다는 이유가 전혀 없거든. 그래서 항상 인터뷰를 하면서도 글의 형태로 표현할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면서 해야 하죠.

그렇군요. 명심하겠습니다. (웃음) 그런데 인터뷰를 직업적으로 오래 하다 보면 나름의 노이로제나 징크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요즘은 아예 내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잊어버렸는데, 한동안은 정말 사람을 볼 때마다 그런 것만 생각했어요. ‘아 이 사람은 이렇게 표현하면 좋겠다’, ‘아 저 사람 특징은 이거야’… (웃음) 너무 피곤한 거야. 근데 이제는 내 자신도 편해야 좋은 인터뷰가 나온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이제는 편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마지막으로 인생의 최종적인 꿈을 제시한다면 무엇인가요?
정말 좋은 인터뷰 기사 쓰는 것. 언제나 글을 쓰고 나면 아쉬운 점이 있으니까요. 내가 인터뷰 기사에서 원하는 건 뭐냐면, 자기 삶에 솔직하게 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을 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 너무 유명하지도 않고 너무 유능하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의미있게 다가올 수 있게 하는 것. 난 내 글이 그런 것의 전형이 됐으면… 좋겠어요. (미소)

<김하나 기자>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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