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우리나이로 63세.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지 불과 1년 반도 채 되지 않았다. 권력의 정점에서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한 그가, 비교적 쓸쓸히 떠나게 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더욱이 그 어떤 지도자들보다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자신을 낮추며 국민과 평등하게 임했던 생전의 행보를 되짚어본다면 더욱 비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정부는 국민장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사회 전체는 그 어느 때보다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해 엄숙히 그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부터 이 경건한 의식에 분위기를 흐리는 일부가 있다. ‘서거가 아니라 자살’이라는 모 인사의 발언을 시작으로 결국 ‘측근을 위해 장렬히 몸을 던지는 조폭의 보스과 같은 사고’, ‘200만명이나 추모하는 이 사회는 어지럽고 더러운 사회’등 강한 독설까지 쏟아지고 있다. 장례가 끝나지도 않은 이 시점에, 범국민적 정서를 무시하는 이러한 발언들이야말로 사회를 어지럽히는 유치한 도발의 극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민주주의에서는 누구나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고 다양한 의견들의 교류로 인해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도 때와 정도가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선출한 나라의 지도자가 불행한 죽음을 맞았다. 최소한 영결식이 끝나는 날 전까지는 각자의 이해관계, 정치적 득실, 이념의 충돌 등은 잠시 버려두고 잠시나마 국민과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이 아름다운 지도자의 떠남을 존중하며 배웅해 줄 순 없는 것인가.

봉화마을에는 추모객의 줄이 끊이지 않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설치하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어느 방식이든 간에, 적어도 이 기간 동안만큼은 마음껏 슬퍼하고 진심으로 기도하자. 그것이 우리가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진정한 자세인 것 같다.

이승균 (고분자ㆍ2)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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