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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북한 아동들의 영양실태를 생각하면서
  • 이수경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 승인 2009.05.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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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항에서 입국, 세관검사 후 나섰을 때는 늦은 오후였지만 생각보다 무척 어두웠다. 시차가 있는 곳도 아닌데 왜 더 어둡게 느껴지는지는 자동차로 조금 달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가로등이 없었다. 혹은 가로등은 있었으되 켜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보다고 생각하면서 짧은 일정동안 평양은 무엇을 보여주고 알려줄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기억이 있다. 통일부 대북지원사업 모니터링 요원으로 방북을 하게 된 인연은 약 10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1990년대 중반 즈음 미국에서 일하고 있을 때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주요 언론에서 북한 식량부족 사태가 대서특필 된 적이 있었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아사자가 나올 만큼 심각하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영양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학문적인 궁금증과 더불어 같은 민족에 대한 애잔한 마음에 전문자료를 찾아보고 유니세프로부터 북한 아동 영양조사 데이터를 얻어 분석을 해보기도 하였다. 1998년에 조사된 유니세프 북한 아동 영양자료에 의하면 대상 아동의 60%가 심각한 수준의 영양불량 상태를 보였다. 2000년도에 접어들면서 국제 식량원조가 이루어지고 북한의 자연재해로 인한 여파도 정리가 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그래서 급성영양불량을 겪고 있는 아동들은 10%이하로 떨어졌지만, 만성영양불량을 겪고 있는 아동의 비율은 여전히 40%에 가까운 수준이다. 즉, 북한아동 2명 중 1명정도가 만성영양불량상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광범위한 영양불량의 결과물은 무엇일까? 최근 학설에 의하면, 일생의 아주 초기, 즉 아직 태어나기도 전인 태아기와 영, 유아기에 식량부족과 같은 영양불량 상태에 놓였던 사람은 오히려 비만이나 만성병에 걸리기 더 쉽다고 한다. 본인이 새터민 아동들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서도 예상보다 비만정도가 높은 경향을 발견하고 있다. 이는, 인생초기에는 식량부족을 겪고, 후기에는 비만이나 만성병을 앓게 될 개인들의 불행이기도 하지만, 향후 통일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에게는 이들의 치료를 위한 많은 의료관련 지출이 예상되는 중요한 보건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심각한 현재와 미래의 문제인 영양불량상황을 함께 풀어나가고자 많은 국제 구호 단체와 국내 단체들이 다양한 경로로 일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가 가장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보건, 영양사업을 펼치고 있고, 우리나라도 WHO와 UNICEF에 대한 자금지원과 더불어 민간단체들이 여러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에는 영양불량사태를 초래한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구호를 비롯하여 식량지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상황이 조금 안정되어가는 요즈음은 식량지원과 함께 지속가능한 보건, 영양지원 사업으로 전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부 모니터링 요원으로 지속가능한 영양지원 사업 상황을 보러 방북했을 때 평양은 두 가지 기억을 주었다.  한 가지는 그 곳도 역시 사람 사는 동네라는 것이었다. 북한정부의 통제로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여 북한 주민과 대화를 나눈다든지 그러지는 못했지만 출, 퇴근 시간에 바쁜 행인들이나 호텔이나 식당 등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보는 매우 낯익은 모습이었다.
다른 한 가지 기억은 건설현장에서 만난 건설 노동기술자들의 모습이다.  함께 방북한 전문가에 의하면 그 건설 노동기술자들이 기술수준도 높고 일을 아주 잘하며 자부심이 높다고 하는데, 본인에게는 연령에 비해 늙어 보이며 키가 작고 매우 왜소한 영양불량상태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 건설 노동기술자들의 모습은 여러 전문자료나 데이터가 알려준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준 것이었다.  즉, 북한의 식량부족문제와 이로 인한 영양불량 문제는 중요한 보건, 영양문제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쏟지 않으면 미래에 더욱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할 것이란 사실이다.

이수경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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