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엄군의 총소리와 시위대의 함성소리 속에서 광주가 피를 흘린 지 딱 29년째 되는 날이다.

29년 전 오늘, 광주 시내 한복판에서는 ‘민주화’를 위한 시민들의 외침이 있었고, 그로 인한 끔찍한 희생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항쟁은 ‘성공’으로 끝이 났다.

처음으로, 29년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짧은 시간이라고 느껴본다.  그 때 광주에서 울려 퍼지던 ‘집회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향한 외침은, 지금 2009년 서울에서도 똑같이 울려 퍼지고 있다.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을 했던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지나가고 우리는 현재 국민들의 직접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있지만, 그렇게 선출된 대통령들 역시 여전히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만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뇌물 비리 사건은 또 한 번 정치판에 대한 새삼스러운 환멸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던 사건이었다. 그야말로 정치사의 ‘반전’이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사건이 씁쓸한 이유는, 이 사건의 수사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한들, ‘할 말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21세기 ‘민주화 시대’에 대통령을 역임한 사람이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을 또다시 톱뉴스에서 보았으며, 그 사건의 중심에 현 대통령의 측근이 얽혀 있는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닌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감시’ 기능이 없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판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그렇게 힘들게 정치 민주화를 이뤄 냈으면서, 한 번 뽑아 놓으면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살인을 저질러도 구속이 불가능하도록 돼 있고, 당선자가 선거 당시 내걸었던 공약을 임기 안에 지키지 않는다고 당선을 무를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지도 않다. 쉽게 말해, 그냥 일단 뽑히기만 하면 그 때부터는 사실상 제멋대로 집권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29년과 달라졌다고 할 수 있는가? 언제까지 이처럼 말장난과 비리로만 가득 찬 정치판을 이어가야 할 것인가.  민주화는 옛날의 어른들께서 다 이룩해 주셨고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착각은 이제는 버려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 민주화는 아직도, 한참 멀었다. 그리고 그것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들이라는 것도 자각해야 한다.

29년이라는 시간이 이처럼 개선 여부가 의문스러울 만큼 긴 시간이 아니라면, 50년을 바라보고라도, 진정한 민주화를 위한 끊임없는 감시와 관심의 끈은 결코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김하나 편집국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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