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계별별별 칼럼을 시작한 지도 한 학기를 넘어 또 다른 학기의 절반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칼럼을 쓰면서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보는 “한국 학우들에 대한 느낌은 어떤갚란 질문에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특징이 있다.

“한국 학우들은 친절해요.”

하지만 이런 좋은 점 외에 아쉬운 이야기도 들린다.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을 미안해하는 것 같아요.”
“먼저 다가가면 어색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인터뷰를 한 외국인 학우들은 한국 학우들이 부끄럼이 많다고 한다. 오스트리아의 벤 학우는 “한국 학우들은 영어로 말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엇이 한국 학우들에게 영어로 말하기에 두려움을 겪게 만든 것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의 소위 ‘스펙’을 위한 영어공부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는 입사지원자들에게 토익점수를 기본 조건으로 요구하는 회사들이 많다. 더불어 경제위기가 만들어낸 취업대란은 스펙 인플레이션을 야기했고 ‘영어=토익점수’라는 공식이 성립된 현실이다. 심지어는 900점이 넘는 고득점자가 20~30점을 더 올리기 위해 휴학을 하기도 하는 실정이다.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이 늘어나듯이 많은 토익학원들도 생겨나고 성업 중이다.

운이 좋게도 필리핀과 한국에서 토익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우선 한국에서의 토익 공부는 공식공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한국에서 토익강좌를 들었을 때 첫 말은 “문법은 한 문제당 25초 안에 풀어야 합니다”라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빠르게 답을 고르는 방법을 배웠다. 한 달간의 강좌가 끝난 후 나에게 남은 것은 답을 찾는 공식뿐이었다. 난 단 한마디의 영어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처음 토익수업을 하게 됐을 때 첫 말은 “문법문제도 문맥의 뜻을 알고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토익을 가르친 강사는 미국인과 필리핀의 혼혈로, 뛰어난 영어실력을 가진 강사였다. 그 강사의 토익성적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875젼. 내가 만난 외국인 중 손꼽히는 영어실력을 가진 그 강사의 점수였다. 그 강사에게 한국의 토익강좌에 대해 이야기하자 강사는 점수를 위해 토익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의아해 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토익점수를 제외하고 토익 스피킹, 오픽 등의 회화점수만으로 지원이 가능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는 토익점수를 위한 영어공부가 아닌 정말 외국인과 대화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영어교육 풍토가 자리 잡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업들의 의도가 또 다른 ‘회화점수를 위한 공식’을 만드는 것으로 변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김동호 사진부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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