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과 동시에 과, 동아리, 소모임 등에서 여러 술자리가 벌어지면서 후문가 술집은 북새통을 이룬다. 술에 관한 우리들의 이야기보따리는 무궁무진하다. 대학생들은 누구나 즐거웠던 혹은 부끄러웠던 술에 관한 에피소드 한두개 쯤은 있을 것이다. 술은 어떤 경우에는 가장 추악한 면만 드러나게 하는 특성이 있어서, 늦은 시간의 술집주변은 객기와 몹쓸 자존심에 시비를 걸거나 욕설을 하는 이들의 폭력으로 시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눈에 보이는 폭력 말고도 술자리는 보이지 않는 갖은 폭력으로 넘쳐난다.

일부에 해당하는 이야기겠지만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전근대적인 권위주의-예를 들자면 군대조직과 흡사한사제관계나 직장관계 등-는 대학의 선후배 관계에도 은연중에 남아있어‘겨우 몇 살 더 먹은’절대 권력으로‘강제음주’라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노골적인 음주권장은 세대가 지나면서 줄어들고 있으나 비음주자의 자연스러운 도태나 소외 같은 형식으로 간접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또 술을 마시면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음담패설을 주고받거나, 비흡연자를 무시하고‘허연거탑’을 짓는 등의 소수와 약자를 무시하는 반지성적인 행동이 소위‘지성인’이라 불리는 이들이 모인 대학가 술집에서 일어나고 있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술자리가 누구에게나 즐거운 자리가 되기 위해선 이러한‘보이지 않는 주먹’들을 지양해야 함은 분명하다. 필자도 주량은 적지만 술을 좋아하는 관계로 과거 의도하지 않은 간접적인 폭력이 주변인들에게 불쾌함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비록 그것이 악의를 띠지 않은 친근감의 표현이었을지언정, 상대를 배려할 의사가 없는 일방적인 표현이었다는 점에서 폭력이라 비난받아 마땅하다.

음주도 자유로운 권리인 만큼 음주행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음주 역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만 보장된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하며 폭력적이지 않은‘한 잔’을 즐김이 어떨까.

김동원(정외 3)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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