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에서는 국제결혼, 이주자의 증가, 해외 유학생들의 유입, 그리고 외국 노동자들의 대거 유입 등으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물론 인천에서도 과거에 비하여 많은 외국인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현재 인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국제결혼을 통해 정착한 사람들, 유학생들, 산업체 노동자들, 그리고 19세기 후반부터 이주해 온 화교 등으로 구성돼 있고, 그 중에서도 화교들의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 ‘화교’란 단어는 개념적으로 아주 모호하다. ‘화교’란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대만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포함하고, 아울러 미국, 한국, 일본 등지에 살고 있는 포괄적인 중국인들을 뜻하기에 명확한 개념적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또 다른 의견에 의하면 ‘화교’란 중국 국적을 가진 해외 거주 중국인들을 통상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정의된다.

인천광역시 선린동은 과거 1884년 4월 청(淸)국의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으로서, 오늘날 차이나타운의 기원이다. 이곳은 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화교들이 제일 먼저 국내에서 집단 거주를 한 곳으로서, 소형 배를 타고 중국에서 하루면 올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청나라인의 집단 거주지였다. 그 후 1902년에는 이곳에 30여 명으로 구성된 첫 화교 초등학교가 설립 된 이후 많은 번성을 하였다. 하지만 100년이 훨씬 지난 오늘날, 인천 차이나타운에 정착을 한 화교 1세대들은 대부분 인천을 거쳐 대전, 대구, 부산, 마산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진작 100년 전 초창기에 정착한 화교들의 후손들은 이제 소수만이 남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인들과 외형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는 화교들로서는 현재 인천 지역사회에 흡수돼 요식업 사업에 종사하거나 중국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차이나타운만큼이나 한국적 문화가치와 중국적 문화가치가 혼용이 된 곳은 국내에서 흔치 않다. 이곳은 미국, 캐나다 등과 같은 서구 선진국에 존재하는 차이나타운과는 확연히 그 성격이 구분된다. 미국의 뉴욕, 엘에이 등에 존재하는 차이나타운의 경우, 중국이 세계적 수준의 시장규범과 정책을 산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중국이라는 고유한 민족적 영역을 세계적인 대도시에 형성 및 확장하여 중국을 알리고 현지국과의 중개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탈영토화 된 고유한 생활방식과 주체성을 바탕으로 외국에서 독특한 문화를 창조했다.

반면, 국내에 존재하는 차이나타운의 경우 화교들이 한국문화에 흡수 및 동화가 되어 한동안 국내에서 그 흔적조차 사실상 찾기가 어려웠다. 즉, 인천 차이나타운은 서구 선진국들에 위치한 차이나타운과 비교해 볼 때 그 의미와 기능이 축소돼 왔다. 특히 1970년대 그리고 80년대 한국에 거주한 화교들은 한국정부의 불평등한 과세정책을 ‘세금의 나라,’ '화교 학교의 불인정,’ 그리고 ‘경찰의 나라’라고 지적하며 차별적인 대우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으며, 그에 대한 결과로 또 다른 제3국을 향한 이민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1960년대 말에 3만여 명을 헤아리던 한국의 화교수는 8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2만 여명으로 줄어들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매년 국내 화교의 약 2-5%정도가 해외로 역이주를 시도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국내에서는 80년대 해외관광의 자유화, 90년대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운동, 대우그룹의 세계적 공격경영, 해외유학의 유행 등등으로 국민들 간에 타(他)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안목이 발생했다. 물론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나타났다. 이에 맞추어 재정 경제부는 2007년 4월 선린동 차이나타운을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해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과거 순수 혈통을 지닌 한국인들을 제외한 외국인들을 불인정했던 행위와는 상반되며 다문화 사회의 도래를 인정하는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21세기 다문화 특성이 주목 받고 있는 국내에서, 근대 다문화 사회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인천 차이나타운에 대한 역할 또한 새롭게 주목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성준 (언론정보) 교수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