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다. 이제 갓 대학생이 되는 새내기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등교를 시작하는 날이다.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이 조금은 떨어진 재학생들도 있겠지만 그도 역시 ‘새 학기’라는 상큼한 단어가 주는 기대감은 감추기 힘들다.

그런데 이처럼 새 학기를 당연히 기분 좋게 맞이하는 학생들 사이에, 새 학기로 ‘내몰린’ 학생들이 있다. 더 이상 학생이지 않아도 되지만 학생으로 남는 것을 택한 ‘졸업연기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물론 그들은 스스로 학생신분으로 남는 것을 ‘선택’한 것이지만 코너로 몰려 갈 데가 없는 사람이 주저앉아버리는 것도 선택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고로 ‘선택’이라 함은 하나의 방도 외에 다른 여러 가지 방도가 존재할 때 쓸 수 있는 말이니 말이다.

그들이 학생으로 남은 이유는 단순하다. 사회에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졸업 후 바로 사회에 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면 이제는 아예 지옥으로 뛰어 드는 어리석은 짓이 됐다. 졸업식 날조차 친구들과 술 한 잔 걸치며 즐거웠던 대학생활의 추억을 회상하지도 못한 채 학사모를 쓰고 거리로 나와 ‘청년실업 해결하라’는 피켓을 묵묵히 들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이 한없이 가까운 미래처럼 느껴지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새 학기는 먹먹한 한숨으로 시작된다.

청년실업, 청년실업…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지다 못해 쿵 하고 닫혀 버렸다. 바늘구멍의 가장자리가 서서히 녹아내리더니 강력 본드처럼 꽉 붙어버린 형상이다.

이제는 감춰 놓았던 대안을 내 놔야 할 때다. 손 놓고 넋 놓고 오로지 시장 상황에만 경제를 맡기며 일자리가 ‘생기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때인 것이다.

새 학기로 내몰린 학생들이 하루빨리 진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김하나 편집국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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