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끝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올 해의 우리 사회 주요 이슈들을 되짚어봤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및 거대 여당의 탄생, 쇠고기 협상 추진, 촛불집회, 민영화 추진, 최근의 세계적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불안정한 우리 경제와 정부 부처의 미흡한 대처 논란 등 언뜻 생각만 해도 떠오르는 이슈들을 관통할 수 있는 말이 있다.

꽉 막힌 정부라는 점이다. 때문에 올 한해 그 어느 때보다도 소통의 중요성이나 여론에 귀 기울이는 태도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언론들이 많았다. 본지 또한 그 언론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 정부는 자신들의 정책추진에 대해 일말의 소통없이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소통의 흐름과도 반대되는 것이다. 물론 다양화된 사회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의견들에 대해 하나하나 귀 기울이기는 날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바람을 수렴해야만 한다.

이러한 사회의 분위기는 비단 우리학교만 피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학생회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점차 노력하고 있다.

현 총학생회만 해도 1만 7천배 진행에 학우들이 참여할 방안을 마련했다거나 1만인 촛불대회에 오겠다는 서명을 받는 등 그동안 학생회 투쟁이라고 인식돼 오던 등록금 투쟁 방식에 변화를 주려고 한 점을 그 노력의 일부로 들 수 있다.

또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새로 개편한다거나 총학생회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렇다. 결과를 떠나서 어찌 됐든 이런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단대ㆍ학부ㆍ학과 선거의 공약들에서도 학우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학우들의 대표자인 29대 총학생회 후보자들에게도 그 영향이 미쳤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총학생회 후보자들 공약을 보면 의아하다.

29대 총학생회 후보자들의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심의제다. 후보자들이 공약을 추진하기 전에 인터넷 상의 토론공간인 인하아고라에서 학우들에게 공약에 대해 평가받은 뒤 투표를 진행함으로써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것이 이번 29대 총학생회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심의제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 정책심의제란 공약 앞에는 ‘사전’ 이라는 단어가 더 붙어야 한다.

정부 빼고 모두 다 소통을 외치고, 학생회가 나름대로 학우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해왔던 것을 볼 때 정책에 대해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환영하고 적극 찬성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의견수렴은 선거운동을 하기 전에, 후보로 나서기 위해 공약을 준비할 때 이미 시행했어야 하는 것이다. 의견수렴을 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한 후 이것을 학우들에게 공약으로 내보이며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공약이었다고 해서 반발을 사면서까지 억지로 시행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당선된 뒤 공약을 바꾸겠다고, 그리고 이를 제도적으로 마련해놓겠다고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바꿀 여지가 있는 공약이었다면 공약으로 내걸기 전에, 미리 의견수렴을 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정책심의제가 공약중 하나인 것 자체가 아이러니 한 것 아닐까.

소통의 필요성은 학우 모두가 느끼고 있다.

그러나 학우들이 원하는 학생회 상은 단순히 소통만 할 수 있는 공론장을 제공하는 학생회가 아니라 열심히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신들의 공약을 추진해나가는 학생회일 것이다.

<장선영 편집국장>  yuichi2an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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