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신애 커플은 매번 거대하고 감동적인 깜짝 이벤트를 통해 파트너에게 감동을 주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크라운J&인영 커플은 자주 비싼 선물을 요구하고 또 그 요구를 거절하지 않아야만 파트너의 기분을 맞춰줄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웬만한 젊은 사람들은 위의 상황이 어떤 TV 프로그램의 내용인지 대강 짐작할 것이다. 실제의 결혼 생활은 ‘이벤트성 낭만’과 ‘값비싼 선물’만으로 행복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결혼했어요’는 실제 결혼 생활에서의 힘든 이면을 체험한 부부들에게 결혼 생활의 환상을 심어준다. 그럼으로써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 이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하게 만든다.

이와 같이 웃고 즐겼던 리얼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들을 이제는 당연스럽지 않게 읽어야 한다. 아울러 그 속에 감추어져 있었던 이데올로기나 사회 현실, 상업성 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TV’란 놈, 그 놈의 노른 자리에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결혼했어요’ 이외에도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1박 2일’, ‘화이트데이’등 여러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방영하고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 이들은 우리를 어떻게 농락하고 있을까?

우선 한정된 소재와 독창성의 결여, 그리고 겹치기 출연을 들 수 있다. 한 방송사에서 새롭게 시도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타 방송사에서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이런 현상은 프로그램의 제한적인 소재와 구성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또한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은 대부분이 연예인이다.

가끔 전문의나 변호사, 박사 등의 출연자들을 볼 수 있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대부분 잘나가는 개그맨들이다. 몇몇 특정 개그맨은 3개 이상의 프로그램의 진행 및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어, 출연진의 중복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프로그램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주로 연예인의 신변잡기들이 다수를 이룬다. 그들끼리의 개인적 친분 등을 이유로 인신공격을 하거나 농담과 사담을 늘어놓는다. 친구들끼리나 하는 말장난을 방송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행한다. 한마디로 TV 속에서 그들끼리 잘 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마냥 즐거워한다. 우리가 그들처럼 놀 시간이 없어서 일까? 차이는 우리는 돈을 내고 놀고, 그들은 돈을 받고 논다는 데 있다.

다음은 프로그램의 가학성과 선정성 문제를 언급할 수 있다. 쟁반이 출연진들의 머리를 사정없이 강타하고, 수영장 물속으로 곤두박질치고, 샤워 세례를 받는가 하면, 아무에게도 선택 받지 못한 출연진이 방송 내내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뿐만이 아니다. 남녀 출연자가 함께 게임을 하는데 보기도 민망할 정도로 몸이 밀착되거나 여성 출연자의 특정 부위에 카메라가 집중된다.

만약 TV에 표시된 채널번호가 없다면 방송사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구성에서 동질화를 보이고 있다.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는 어디로 갔는가. 표절 시비, 겹치기 출연, 가학성과 선정성 등은 분명히 새롭게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주지도 못하고, 이런 문제를 귀담아 듣는 제작자도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들이 변화하지 않고 부진한 반복만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저 TV가 보여주는 대로 만족하고 제작자는 어느 정도의 시청률만 고수하면 되는 것일까

가장 문제인 것은 바로 프로그램의 동질화다. 이는 시청자의 볼 권리를 축소시키고, 지상파 방송의 사행화만을 부추기게 된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속속 등장하는 뉴미디어 방송 그 중에서도 인터넷 방송은 보다 많은 채널 수의 확보와 내용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이제 우리는 똑같은 내용만을 보여주는 TV 앞에 앉을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혹시 어쩔 수 없이 TV를 보게 될 때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나온다면 거침없이 침을 뱉어라. 어리석지 않다면

김영순(사교) 교수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