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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니 밥 무운나?비룡논단

요즘 이명박 정부에서 내놓았던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인수위에서 제안하고 다시 대통령이 없던 것으로 하는 등 일련의 촌극이 있었다. 철학도 원칙도 없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발언이든 혹은 정말로 국민의 오해였건 여기서 길게 논할만한 가치는 없는 것 같고 오늘은 필자의 경험으로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어공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거꾸로 한국에 유학 온 인하대의 외국학생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필자가 미국 유학을 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유학초기에는 언어 때문에 학업에 어려움을 겪지만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체로 1년 정도 지나면 웬만큼 적응하는 것 같다. 필자가 중고에서 배운 영어는 거의 문법과 독해 중심이라 영어로 하는 대화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 한마디도 못하는 10년 영어공부 모두 헛것이라 고도 한다. 하지만 영어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하면 10년 공부의 내공이 중요해짐을 알게 된다. 학술적인 글을 써야할 일이 많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귀로 듣고 입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을 뿐 대부분 한국 학생들은 상당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우선 지적하고 싶다. 이는 기존 영어교육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고 외국에 나가서도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부딪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영어회화만이 지나치게 중시되는 경향 또한 경계하고 영문법과 어휘력에 바탕을 둔 바른 글쓰기와 독해력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임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 한국에서 영어회화는 어떤 식으로 공부하는 게 효과적일까? 쉽지 않는 일이다. 일례로 필자의 아이는 미국 유학중 태어나서 7살까지 미국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다 한국에 왔다. 미국에 있을 때는 또래들과 있을 때 항상 영어를 쓰고 집에서도 영어를 쓰는 것이 더 편한 것 같았다. 한국에 온지 1년 반 정도 지나는 동안 원어민이 가르치는 비싼 영어학원에도 다녔었지만 지금은 차츰 영어 어휘력이 줄고 한국말을 훨씬 잘하는 애가 됐다. 그 나이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데는 영어가 쓸모없었던 것이다. 이는 또한 아무리 발음이 좋고 표현이 유창한 원어민 강사라도 학원이나 강단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영어수업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언어는 그것이 일상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이 될 때만이 진정으로 체득되는 것이지 영어로 수업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필자는 유학 당시 미국인 동료들과 자주 주고받던 평이한 구어체의 이메일이 여러 가지 표현을 익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언어는 아무리 많이 읽고 듣고 해도 자신이 한 번도 써보지 않은 표현이 갑자기 어느 순간 술술 튀어나오는 기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이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말은 알아듣기도 쉽지 않다. 일기나 이메일 등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보며 소규모 영어회화 스터디 모임 같은 의식적인 모임을 만들어 차츰 말로 표현하면 자연스럽게 회화에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언어 얘기를 시작한 김에 외국학생들의 한국어교육에 대해서도 얘기 좀 해보자. 자신이 미국에 유학을 가면 영어를 쓰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 설사 일본이나 중국에 유학을 가는 경우도 필자는 당연히 그 나라말을 배워보려 노력할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면서 그 나라말로 기본적인 대화도 통하지 않는다면 본명 문제가 있다. 학교에서도 한국어 교육을 하고 통과해야하는 시험도 있는 것 같지만 다분히 요식적인 것 같고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교실에서 강의식으로 배우는 언어의 한계로 그들에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문제는 가장 많은 시간을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동료학생들도 영어를 써주는 것이 배려라 생각하는지, 혹은 이 기회에 영어를 좀 써보려고 하는지, 한국어 공부에 전혀 도움을 못 주고 있다. 필자는 이것이 영어권에 대한 공연한 열등의식의 발로가 아니길 바라며, 한국 학생이 처음 유학 가서 원어민의 빠른 영어에 당황하듯, 그들이 한국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구수한 사투리로 당황스럽게 만들어보자. “톰, 니 밥 무운나?"

허 남 정 교수  물리화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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