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층마다 쌓여있는 훼손 도서들...

  만약 내가 빌리려고 하는 책에 누군가 해놓은 낙서로 인해 내용을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라면 어떨까? 빌려보려는 책의 일부분이 뜯겨진 상태로 있었다면은?
  이러한 일이 있다면 우리는 제일 먼저 책을 다시 구입하지 않은 도서관 측을 탓할 수도 있고, 책을 훼손한 학우들을 탓할 것이다.
  현재 우리학교 정석학술정보관에는 150여 만권에 달하는 장서들이 비치돼 있다. 물론 이 중 우리학우들이 자주 접하는 책들로만 추리게 된다면 실제로 집계될 책들은 좀 더 적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 중 많은 분량들이 책 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찢고, 낙서하는 부끄러운 자화상

  도서관에서 분류되는 책 훼손 유형은 크게 2가지. 책의 일부분을 뜯어가는 절취행위와 책을 자기 책처럼 메모하는 등의 낙서가 그 유형이다.
  이러한 행태는 주로 학우들이 교재를 사지 않고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장기간 연체를 하면서 도서관 책을 개인 교재로 쓰는 등의 문제 때문에 일어난다. 이에 도서관 측에서는 올해 초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기존의 권당 50원의 연체료에서 권당 100원으로 올리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1학기 내내 장기연체를 해도 10000원 정도로 교재 값이 비싼 경우 도서관 책을 장기 연체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장기 연체된 도서들은 대부분 교재들로 반납된 도서에는 빌려간 학우들이 해놓은 낙서들로 가득하다.
  중요한 내용을 표기하기 위해 해놓은 밑줄표시부터 시작해서 ‘누구야 사랑해’라는 꼴불견스런 각종 연애낙서들까지 그 다양함은 도서관의 책이 자신의 책인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
정석학술정보관의 이환승 과장은 “학생들의 책 훼손 문제는 현재로서는 학생들의 양심에 맡기는 수 밖에 없어 도서관 측에서도 답답할 따름”이라며 현재 도서 훼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뚜렷하게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뚜렷한 대책 없어 도서관 측 골머리

  현재 도서관 측은 안내 데스크 측에 책 훼손에 관한 캠페인 문구 등을 비치해 학우들에게 관심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그 실효성을 논하긴 어렵다고 한다.
  또한 지난 달에는 ‘훼손 도서 전시회’를 열어 지하 열람실 및 각 정보관 마다 유형별로 전시를 해 학우들의 반응을 점검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캠페인성 대응은 학우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어 그 실효성이 얼마나 나타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이에 이 과장은 “현재 최대한 반납시 책 훼손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많은 시간대에는 모든 책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해 난감한 측면이 많다”며 반납시 책 훼손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절판되면 볼 수 없다.

  현재 각 층 정보실 창고에는 정보실 각 층에서 나온 훼손도서들이 쌓여가고 있다. 정석학술정보관 김봉세 팀장은 “이렇게 훼손된 도서들은 최대한 제본과 재구입 등의 노력을 통해 다시금 서가에 비치되도록 하지만, 절판된 도서들은 어쩔 수 없다”며 절판된 도서의 경우 “그 책을 다른 도서관에서 구하지 않는 이상 학우들이 볼 수 경로는 없다”고 한다. 절판될 경우를 대비해 제본을 해놓는 것에 대해서는 이 과장은 “물론 상당수의 책들이 어느 정도 분류를 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러한 책들을 모두 제본해 보관해 놓는다는 것은 신간도서를 구입하는 것도 힘든 현실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말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절판된 책의 경우 그 책을 다시 구입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며 “절판된 도서의 경우 이미 절판됐기 때문에 다시 그 책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아, 학생들 스스로가 도서관의 책을 자기 책처럼 아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연체료 쿼터제는 어떨까?
 
    현재 도서관 측에서는 도서 연체 일수에 따라 연체료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의 연체료 쿼터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그 만큼 장기연체로 인한 도서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장은 “솔직히 올해의 경우 도서 연체료를 이미 한번 인상한 상태여서 다시 연체료를 올리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연체료 방법 이외에도 다른 방안들을 강구하는 중”이라는 말을 통해 도서훼손을 막기 위한 여러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도서관 측은 신규도서 확보에 많은 예산을 쓰고 있지만, 이 예산 가운데에는 훼손도서로 인한 도서 재구입비까지 포함돼 학우들이 훼손한 도서를 다시 마련하기 위해서 이중으로 예산을 써야하는 비효율성을 보이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러한 태도들이 만들어낸 훼손도서들, 앞으로는 더 이상 도서관 창고에 훼손도서가 쌓이는 일이 없도록 학우들 스스로 자신을 뒤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상우 기자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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