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사로 사람의 뼈대를 만들고 거기에 점토를 덧붙여 토우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완성된 토우의 모습은 얼마나 정교하게 점토를 빚는가에 따라 조금 달라지겠지만, 애초에 형성된 뼈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형성을 이러한 토우 제작에 비유한다.

 프로이트의 관찰에 의하면, 어린 시절의 체험이 인간 형성의 원형질이 되며, 그 이후 성인이 된 후에 겪는 변화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초점을 자아가 형성되는 어린 시절의 체험에 둔다.

 한 인간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부모님의 사랑, 또래들 사이의 우정, 이웃과 사회의 관심도 중요한 밑거름이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의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이 중요하다. 거기에 조금씩 점토를 붙여나가는 것은 나중 일이고, 우선은 나 자신이 골격을 설계해 나의 미래에 대한 방향 감각을 가지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어찌 보면 대학 생활은 성인이 되기 전에 자신의 골격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그는 자신의 인생에 조금씩 점토를 덧발라본들 애초에 부실하게 설계된 뼈대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학 신입생들은 학생회 주관으로, 혹은 동아리나 동창회 별로 나름의 오리엔테이션을 가진다. 오리엔테이션은 말 그대로 방향을 정하는 행위이다.

 대학생활 동안 아침에 일찍 일어나겠다는 것, 수업시간은 절대로 빠지지 않겠다는 것,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은 도서관에서 전공과는 무관해 보이는 분야의 책을 집중해서 읽겠다는 것, 오전 몇 시간은 휴대폰을 꺼두겠다는 것 정도의 다짐만 실천할 수 있어도 성공적인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고 본다.

 사실 신입생들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지만, 내심으로는 새로 접하는 대학환경의 자유로움에 겁을 먹거나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자유를 선택하기보다는 기꺼이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선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공을 선택하고 수강신청을 하는 것조차 새로운 선택을 하기보다는 선배들의 충고를 따른다든지, 창의적인 수업보다는 교수의 친절한 설명과 암기에만 의존하는 과목을 선택한다. 자신이 정한 방향이 없으니, 타인이 걸어간 길을 답습하는 것이다. 그러나 매사가 그렇듯, 학문 분야에서도 독창적인 것일수록 부가가치가 높다.

 대학에서의 성취는 단일한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양성에 의해 평가된다. 비유하자면, 대학은 잘 정돈된 도로가 아니라 자칫하면 길을 잃기 쉬운 숲길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오리엔테이션 과정을 진지하게 경험하지 못한 초심자들은 대학생활에서 길을 잃는다. 전공 공부에만 몰두하자고 결심했다가 금방 현실적인 취업의 문제 때문에 전공 공부를 망설이고, 취업을 결심했다가도 그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회의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데카르트는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의 행동 강령을 아주 간명하게 표현한다. 이것저것에 현혹되지 말고 그냥 똑바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지름길을 찾는다고 잔머리를 굴리다보면 오히려 거기에 미혹돼 제 자리에서 뱅뱅 돌기 십상이니, 회의하지 말고 직선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직선으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있는 법.. 대학 4년은 무엇을 회의하고 의심하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다. 젊은이답게 미친 듯이 질풍노도의 기분으로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여러분이 선택해야 할 오리엔테이션이다.

김만수 문화콘텐츠 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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