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미 FTA 저지 1차 범국민 총궐기대회'가 전국 13개 시·도에서 열렸다. 이번 집회는 노사관계 로드맵 저지와 비정규직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과 교원평가 저지를 위한 전교조의 연가 투쟁과 겹치면서 올해 최대 규모의 집회로 기록됐다.
서울 집회는 별다른 충돌 없이 끝났지만 충남, 강원, 광주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도청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전경들의 부상이 발생했고, 도청·시청 건물이 파손되기도 했다.
그러자 일부 신문들은 헌법 21조 1항에 보장되어 있는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억압하려는 악의적 의도를 담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어 우려스럽다.
또 집회의 목적이나 폭력시위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전달 없이 ‘폭력시위'만을 문제삼는 행위는 독자들에게 최소한의 판단근거도 제공하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행태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23일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집회의 폭력성을 최대한 부각하는 제목을 썼다.
<7개 시·도청 습격…현정부 최악시위>(조선 1면)
<지방선 깨지고…불타고…다치고…아수라장>(중앙 4면)
<“학생 볼모로 기득권 챙기기…더 못 참아">(동아 3면)
<광주시청 불깡통-각목 ‘습격'…전의경 방패 불태워>(동아 3면)

24일에는 각계의 반응을 전하면서 폭력시위에 대한 ‘엄단'만을 강조하며 경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폭력으론 얻을게 없다는 사회 대원칙 확립해야">(조선 3면)
<경찰청장 또 뒷북 엄포>(중앙 1면)
<“불법 시위대에 폭행당한 대한민국"/시민단체·지자체·시민들 한목소리 비난>(중앙 5면)
<“이런 과격시위 처음 봤다">(동아 6면)

이들 신문의 의도는 24일 사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2006년 11월 22일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다>에서 정부가 엄정한 법 집행은 하지 않은 채 “‘평화시위 사회 대협약'을 추진한다느니 시위대와 ‘평화시위 양해각서'를 체결한다느니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으니 폭력시위대들이 국민을 비웃으며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정부의 물대응이 무법천지 불렀다>를 통해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집회를 허가하고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찰에 있다"고 지적한 뒤 “이 나라를 더 이상 무법천지로 방치하지 않겠다면 이제부터라도 불법·폭력시위에 단호하게 대처하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동아일보도 다르지 않았다. 동아는 <‘11·22 폭력시위' 대통령 대응은 뭔가>에서 시민들은 “불법시위에 물렁하게 대처해 폭력의 악순환을 부채질하는 정부에 대한 분노도 폭발 직전"이라며 노 대통령의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22일 폭력사태를 빌미로 모든 집회를 원천봉쇄하려는 악의적 의도를 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22일 일어난 폭력시위에 대한 비판으로 보이지만 지난 9월 27일 경찰청의 ‘집회시위 현장조치 강화지시'를 현실화하기 위한 여론 호도의 결정판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겨레의 보도는 눈여겨 볼만하다. 한겨레는 24일 사설에서 폭력시위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것과 더불어 기사를 통해 이들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함을 전달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한겨레의 분석은 이렇다. 시위의 원인이 ‘소통막힌 사회 거센 절규물결', ‘FTA에 절망하고 값폭락에 허탈한 성난 농심' 등의 이유를 들어 이번 폭력시위를 무작정  ‘매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법·폭력 집회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들 기사에서 최소한 ‘왜' 시위가 일어났는지는 언급해야 될 것이며, 최소한 민주사회의 기본 권리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조영수(민언련 신문모니터 담당 활동가)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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