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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날씨, 싸늘한 죽음
낙엽이 지는 선선한 날씨다. 수능에 실패했다 몸을 던지는 고3이 있듯 취업에 실패했다 몸을 던지는 졸업생은 생기지 않을까 내심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계절이다.
 
반증이리라. 어쩌면 더욱 어려워지는 경제와 불안해 지는 사회를 반증하는 것이리라. 산더미처럼 불어난 빚에 못 이겨 매정하게 가족을 살해한 가장이 있는가 하면 돌봐줄 가족이 없어 차가운 단칸방에서 죽음을 맞은 독거노인의 소식들이 연신 귓전을 때리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주말 시내중심에서 진행된 집회 뉴스는 여느 때와 달리 4학년들에게는 나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듯싶다. 노동자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느껴지던 대학생활에서 취업의 문 앞 비정규직이니 손해배상 가압류라는 단어들이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과 5월 연일 메인뉴스로 장식되었던 철도노조 민영화 반대와 화물연대파업을 기억할 것이다. 귀족 노동자들이라는 목소리에서부터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는 말까지 언론과 재계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그래서일까? 그래서 귀족노동자가 1백 만원 남짓한 월급에서 수 십만원을 가압류 당하고 차가운 포크레인 위에서 운명을 달리했을까? 죽음으로 이야기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이어 주요 언론들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조의 경영불참을 공식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
 
2년 7개월 만에 화염병이 등장했다. 강경으로 치닫는 노동계의 입장은 비단 언론에서 알려진 귀족노동자의 횡포가 아님을 익히 알고 있을 게다. 노사관계에 있어 사업주의 부정적 태도와 인식이 있는 한 그리고 정부의 안일한 태도와 재계눈치만을 보는 지금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노동계의 저항은 더욱 심각한 국면으로 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거다.
 
기실 지금 필요한 건 그야말로 노동계를 바라보는 정부입장과 재계입장의 변화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경제를 살리겠다는 생각은 이미 운명을 달리한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수 만명 격렬했던 저항의 목소리들로 대신하지 않았던가? 필자는 더 이상 차가운 날씨 속 콘크리트 바닥을 울릴 또 다른 죽음들을 진심으로 바라지 않는다.

김지환 편집국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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