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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톡톡] 시간이 멈추면 법도 멈출까? 공소시효의 비밀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처벌을 받지 않는 게 맞는 거야?” 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공소시효’는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다. 공소시효란 범죄가 발생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법은 범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사회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소시효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소시효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공소시효의 목적 중 하나는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건의 증인이 흐려진 기억 때문에 잘못된 증언을 한다면,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물적 증거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입증력이 약해지며, 증거물 보관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마지막으로, 수사 인력도 한정돼 있다. 새로운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하며, 모든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사를 종결하는 것이다.

1999년 발생한 8살 김태완 군의 납치 및 살인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다. 이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중대한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2015년에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 범죄에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 일명 ‘태완이법’이 도입됐다. 외에도 △반란△집단 살해△13세 미만 또는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 등에도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도록 개정됐다. 2023년에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성년이 되는 시점부터 학교폭력 공소시효를 적용하는 내용의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개정이 보류되고 있다.

공소시효에 찬성하는 측은 법적 안정성과 인권 보호를 강조한다. 법적 안정성을 통해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수사 기관이 무기한으로 과거 사건에 치중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사건 해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소시효에 반대하는 측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권리를 강조한다.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도 범죄자를 처벌해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대 범죄는 사회적 충격과 피해가 크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다. ‘두잇서베이’가 진행한 2019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75%가 공소시효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의견은 9%로 나타났다.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법적 안정성과 정의 실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소시효를 둘러싼 논쟁은, 정의와 인권, 사회적 책임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적 합의와 법적 개선을 통해 공소시효 제도가 더 공정하고 균형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논의와 노력이 따른다면,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권준현 수습기자  rnjswnsgus488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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