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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벼랑 끝 몰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선 여지 없나

지난달 치러진 교내 재·보궐 선거에서 제2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위)의 부실한 업무 처리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중선위 측은 현안에 관한 본지의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또한 중선위장을 포함한 다수의 중선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출발부터 삐걱댄 중선위

재·보궐 선거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로부터 하루 지난 4월 6일, 김진규 당시 총학생회장 후보가 ‘인하광장’에 글을 게시하며 중선위 관련 논란에 불이 붙었다. 그는 중선위가 ‘선거에 관한 세칙’(이하 선거세칙) 제43조를 위반해, 후보자 간 작성된 선거운동 진행 관련 합의문을 학우들에게 공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세칙에 근거해 선거공약서를 정보통신망에 직접 올려달라는 요구 또한 무시당했다고 전했다. 선거세칙 제37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운동 개시일에 후보자의 선거공약서를 선거권자가 열람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매체 등을 통하여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김해람 총대의원회(이하 총대) 법제연구국장은 인하광장을 통해 공약 게시가 늦은 것은 명백한 중선위의 잘못이라고 지적했으며, 김다혜 총대 의장 역시 “게재 시각이 늦어진 것에 대해 추후 진행될 감사에서 엄중히 논의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글을 작성했다.

미비한 회칙해석과 사후 대응

이후,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을 중심으로 중선위가 특정 총학생회장 후보에게 불리한 신고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 후보가 후보자 등록 기간 이전부터 추천인 서명을 수집했으며, 교내 중앙동아리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홍보를 진행했으나 중선위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본지는 중선위에 ‘후보자 등록 이전에 출마를 위한 서명을 받고 다니는 행위’가 가능한지 문의했고, 중선위는 “후보자 등록 이전 ‘일반 학우’ 신분에서 행한 행위에 대해 중선위가 개입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선거에 출마하려는 자가 후보자 등록 서류 제출 이전에 마이크 등을 설치하고 공개 장소에서 연설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를 재차 물었으나, 중선위는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김 국장은 “중선위가 잘못 알고 있다”며 “선거세칙 제69조를 보면, 세칙 위반 시 경고 처분을 부과하도록 돼있다. 명확한 증거와 함께 상황이 적발됐을 시 후보자 등록 이후에 충분히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선거세칙 제29조에 따라, 선거 후보자는 입후보와 선거운동을 위한 준비행위 중 사퇴문 공고를 제외하고 어떠한 행위도 공연히 적시할 수 없다. 동아리 단체채팅방에서 홍보를 진행한 것이 해당 세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중선위는 “동아리 단체채팅방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발생한 단순 추천인 서명을 위한 행위는 선거세칙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근거로 동아리 단체채팅방이 ‘사적인 공간’이라고 판단했는지”를 묻자, 중선위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김민준 경영대학 상임의원은 “동아리 자체가 정식 단체로서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며 동아리 단체채팅방이 사적 공간이라는 판단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중선위는 선거 관련 제보를 받기 위해 지난 4월 10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익명함(이하 익명함)’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채팅방을 운영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익명함에서 “기호 1번 후보가 대한민국 군인사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내용이 현수막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제보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선거세칙 제36조에 따라 후보자가 군인사법의 적용을 받을 경우 모든 선거공보물에 이를 기재해야 하며, 기호 1번 정후보자는 학군사관후보생으로, 군인사법의 적용 대상자였다. 이후 육채현 중선위원은 “중선위 측에서 해당 후보와 동행해 수기로 기재했다”고 말했다. 익명의 학우가 “군인사법 적용 사실이 미기재된 현수막을 게시한 후,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수정 사항을 기재하면 징계를 면하게 되는지”와 “다수의 선거공보물에 군인사법 적용 사실이 미기재됐는데, 이를 모두 합쳐 경고 1회로 처분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묻자, 중선위는 또다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위기의 중선위, 앞으로는 어떻게 되나

지난 4월 15일, 최태현 중선위장 명의로 인하광장에 게시된 글의 파일명에 욕설이 포함돼 있어 중선위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졌다. 선거 본투표 1일 차 투표율을 공지하는 게시글에 포함된 사진 자료들의 파일명이 ‘본선거_1일 차_00시_투표율_XX_XXX들’의 형식으로 업로드된 것이다. 이에 에타 등에서 중선위를 향한 해명 요구가 빗발쳤고, ‘중언사(중선위는 언제 사과하나)’라는 표현이 유행어처럼 번져나갔다. 현재까지(5월 3일 기준), 중선위 측은 어떠한 입장문 혹은 사과문도 공개하지 않았다. 정치외교학과 구 모 학우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지만, 실수를 인정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며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는 중선위의 태도가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성숙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확하지 않은 선거 중 징계 부과 기준 역시 문제로 떠오른다. 지난해 제1대 중선위원을 지냈던 사회과학대학 A 학우는 “징계 부과는 전적으로 중선위장과 중선위원의 재량으로 진행된다”며 ‘징계 부과 기준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감사 처분 세칙’에서 사안별 감사 처분 기준을 규정해 놓은 것처럼, 선거에서의 징계 부과에 있어서도 명확한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칙개정을 통한 징계 부과 기준표 신설에 대해 김 상임의원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2022년까지 중선위는 총대 산하 기구로 존재했다. 2022년도 중앙학생회칙개정특별위원회의 자문위원을 맡았던 김 국장은 중선위를 독립시킨 이유를 묻는 질문에 “중앙회칙 개정 이후에는 대의원들이 더 이상 선거 사무를 맡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중앙세칙 제·개정 등의 업무가 추가되며 업무 과중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선거를 통해 당선될 대의원이 선거 사무를 맡게 될 경우 관권 선거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중선위원을 맡고 있는 인사는 단 1명이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5월 3일 기준) 중선위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선위원이 내부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매번 중선위원이 ‘물갈이’되며 중선위 업무의 연속성이 유지되기 힘든 실정이다. 김 국장은 “선거구 획정이나 징계 부과 기준 설정, 룰 미팅 혹은 데이터 입력 등 하나의 실수도 없어야 하는 것이 선거 사무”라면서도 “선거에서 중립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전문성인데, 지금의 구조하에서는 중선위의 전문성이 확보되기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중선위 구조 변경은 중앙회칙 개정 사항”이라며 “학생사회 전반의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하늘 기자  skyrobbie@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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