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기획] ‘탈종교화’ 시대를 맞이한 종교

 

최근 들어 한국 종교계는 큰 위기를 맞이했다. 종교인을 믿는 사람들의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성직자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의 수가 과거에 비해 반토막이 났으며 신도가 없어 더 이상 예배가 진행되지 않는 교회 건물은 카페로 바뀌기도 한다. 이른바 ‘탈종교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종교시설에 방문하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흥륜사. 전각에서는 49재가 진행 중이다.

인천에 있는 한 사찰. 산 중턱에 있는 절에 오르자, 입구부터 금빛 탑과 불상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49재(사람이 죽은 뒤 49일 후 지내는 재)가 진행 중이었다. 절의 가운데 위치한 큰 전각에서 스님이 불경을 외는 소리가 들린다. 재를 드리는 곳 말고도, 절 곳곳에는 사람들이 자리했다. 등산객 차림인 사람도 있고, 잠깐 바람을 쐬러 나왔는지 강아지를 데리고 온 사람들도 보였다. 이들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불상을 마주 보고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는 합장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절에 있는 동안 오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또 방문자들의 대부분은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 든 어르신들이었다.

경기도 안성의 서안성교회. 예배당에 청년은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는 어떨까?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교회에 방문했다. 찬양, 목사의 설교, 헌금 등 예배는 다양하게 구성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목사의 설교다. 예배 시간 1시간 중 20~30분가량 되는 목사의 설교에서는 성경 구절을 통해 기독교의 교리를 신자들에게 전파한다. 설교가 있기 전, 예배당의 모두가 여러 찬양을 부르고 ‘사도신경’을 외며 예배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서 아름다운 선율의 교회 성가대 찬양도 들린다. 성가대로 시선을 돌리자, 의자 한 칸이 텅텅 비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성가대뿐만이 아니다.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5~6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장의자에 고작 2명에서 3명 정도의 사람들만 앉아 있다. 한 가지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연령대다. 20대는 고사하고 30대나 40대로 보이는 사람조차 많지 않았다. 학생들 또한 마찬가지다. 학생 수가 적어 여러 학년을 합쳐 한 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종교시설에 사람이, 그중에서도 젊은 사람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최근 20년간 대한민국에서 청년층의 종교인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종교인

기독교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천만 명의 신도를 보유했을 만큼 많은 인기를 누렸다. 서울 방방곡곡에서 보이는 십자가가 그 인기를 방증한다. 홍콩 출신 건축가 ‘아론 탄’은 방한 당시 서울의 야경을 보며 “도시 야경 속에 빛나는 십자가가 인상적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종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 신도 수는 줄어들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1년에는 더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권태환 서안성교회 목사는 종교 인구 감소에 대해 “특히 코로나 이후로 전체적인 교인들의 수가 줄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젊은 세대다. 10개 교회 중 7개 교회는 주일학교(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예배)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이 고령사회이긴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젊은 세대의 감소 정도가 크다. 앞으로 계속해서 종교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 남동구의 모래내성당 내부 모습.

기독교뿐만 아니라 불교와 천주교 역시 신자의 수가 꾸준히 줄고 있다. 천주교의 경우 다른 종교에 비해 완만한 감소 추세를 보인다. 1984년부터 2021년까지 6~7% 비율을 띈다. 완만한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존 신자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모래내성당 이용현 신부는 “내가 처음 성당에 왔을 때보다 20명가량이 줄었다. 또한 성당이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 위치해 70대 이상의 비율이 절반이라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종교인 비율은 1984년 44%, 1997년 47%에 이어 2004년 54%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2014년 50%로 소폭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2021년 조사에서는 40%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2030세대의 감소가 눈에 띈다. 2004년에는 20대의 45%가 종교를 믿었지만, 2021년에는 22%로 급감했다.

 

종교를 떠나는 청년들

종교인구 감소 추세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청년층’의 감소다. 20대의 경우는 종교인의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무엇이 그들을 종교에서 멀어지게 만들었을까? 무교인 김유빈(미컴·2) 학우는 종교를 믿는 청년층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주말 예배에 참여하기보다 본인의 여가 활동 혹은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렇다면 종교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한결 기독교 동아리 CCC 회장은 “청년층이 종교에 관심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운을 뗐다. 이어서 ”대학생들 현실이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아 종교가 후순위로 밀려났다. 학업, 진로 등 종교 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서 종교에 눈길을 줄 만큼 여유나 마음들이 없어져 비종교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승훈 한국학대학원 교수(이하 한 교수)는 종교를 믿는 청년세대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종교는 비용이 많이 드는 활동이다. 종교에서 제대로 된 만족과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물질의 투자를 통해 교리를 배우고, 의례에 참여하고,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 이때 이보다 더 큰 만족을 주는 활동이 있다면 거기에 시간을 쓴다”고 말하며 “학업, 취업 등 더 시급한 과업들의 압박을 받고, 거주 이동성이 높으며, 종교 외의 즐길 문화적 자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고 있는 청년들은 팬데믹 같은 계기가 있을 경우에 종교를 더 많이 떠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앞서 청년이 얘기했던 “삶이 너무 바빠서”와 일맥상통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고령화’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종교공동체는 다른 조직보다도 고령화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결국 높아지는 연령층으로 인해, 청년들은 고령자 중심의 종교활동에 흥미를 잃기 쉽다.

 

종교의 미래는

계속해서 청년들이 떠난다면 종교는 점점 사회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한 교수는 “사람들이 종교에 기대하는 것은 영적인 행복과 치유라거나, 과학적 설명만으로는 위로받을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다루는 방법, 이해관계를 덜 따지고 속에 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밀한 공동체”라며 “만약 종교집단들이 이런 요구를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구성된다면 종교의 유효기간은 앞으로 수백 년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신에 의존하지 않는다. 과거처럼 각 종교에서 추구하는 교리에 맞는 생활양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 슬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종교가 사회 속에서 사라질 지, 아니면 시대에 맞게 변화하며 살아남을지는 종교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송재혁 기자  12203566@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재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