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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직언(直言)-꽃을 피우는 사람들에게
박하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내 재·보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제가 당적을 밝혀야 하는 것이 혹시 의무 사항인가요?”라는 한 부총학생회장 후보자의 말을 듣고는 귀를 의심했고, “대체 언제부터 인하대학교 학생사회에서 총대의원회(총대) 의장의 한마디가 그토록 큰 파급력을 지녔습니까?”라는 총대 의장의 글을 보고는 눈을 의심했다.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표현한다. 과연 이번에 우리가 피워낸 꽃은 아름다웠는가?

총학생회(총학) 선거 후보자 공청회에서 당적 보유 여부를 묻는 언론 3사 국장단의 질문에, 상기한 후보자는 “저는 운동권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 세력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답했다. 당황한 필자는 준비했던 공약 사항 관련 질문을 뒤로 한 채, 그에게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재차 물었다. 그러나 황당함만이 배가됐을 뿐이다. 그는 당적 공개가 의무 사항인지를 알려달라고 되물었고, 앵무새처럼 ‘운동권과 거리가 먼 정당에 속해있다’는 회피적 태도로 일관했다.

하나의 촌극이었고, 동문서답의 극치였다. 누구도 그에게 “당신은 운동권이냐”고 질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마치 오래전 ‘운동권’ 후보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당적을 꽁꽁 싸매 공중(公衆)에 공개하길 거부했다. 학우들은 아직도 그가 어느 정당에 적을 두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유서 깊은, 관행화된 무책임함을 탈피하고 떳떳하게 당적을 공개해 왔던 ‘비운동권’의 상징적 제스처는 그렇게 철저히 무력화됐다.

한편 총대 의장은, 한 총학생회장 후보자의 회칙 해석 관점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표했다. 이에 더해 해당 의견을 후보자의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달했다고까지 밝혔다. 인하대학교 ‘선거에 관한 세칙’은 명백히 학생자치기구 임원의 선거기간 중 중립을 요구하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엄금한다. 교내에서 회칙 해석의 권한을 보유한 유일한 기구의 장(長)이, 특정 후보자가 회칙을 위반했다고 만천지 하에 공표했다면, 이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외에 달리 어찌 표현하겠는가.

또한 그는, 자신의 발언으로부터 파생될 영향력을 스스로 평가절하했다. 반문하고 싶다. 대체 인하대학교 학생사회에서 총대 의장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닌 존재가 누구냐고 말이다. 혹자는 총학생회장을 떠올릴지 모르나, 「인하대학교 중앙학생회칙(중앙회칙)」은 제5장에서 총대를, 제6장에 이르러서야 총학을 소개한다. 중앙회칙에서 가장 앞 순서로 등장하는 학생자치기구가 왜 총대인지, 총대가 그 ‘의사봉의 무게’를 깨달을 수 있길 간절히 기원한다.

지난 4월, 우리는 진흙 위에서 상처투성이의 꽃을 피워냈다. 뼈아픈 정체를 감내할지언정, 우리의 선택지에 퇴보가 있어선 아니 될 일이다. 이 글은 학생자치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선거’라는 꽃을 피우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직언(直言)이다. 우리 모두가 나름의 사명감으로 몰두하는 모든 것들이 ‘소꿉놀이’라고 조롱당하는 일 따윈 없도록, 내일을 준비하는 인하대학교 학생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이 글을 바친다.

 

박하늘 기자 skyrobbie@inha.edu

박하늘 기자  skyrobbie@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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