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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돌] 헬조선과 향수병 사이

‘헬조선’, 현대 한국 사회에 이 단어가 언제부턴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출산율, 자살률 등 여러 부정적 지표가 쏟아지며 매스컴에 오르지 않는 날이 없었다. 이에 따라 격화와 대립이 심화된 지금 사회는 성별, 정치 성향 등에 따라 다원화, 양극화된 양상을 보인다. 학내를 놓고 보더라도, 단적인 예로 총학생회 선거를 들 수 있다. 경선으로 진행되는 이번 선거에서 치열함 속에 일약 도약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눈에 띈 것은 ‘에브리타임’과 ‘인하광장’을 비롯한 학내 커뮤니티에서의 후보 간 대립 구도였다. 무관심과 공백으로의 회귀는 아니나, 지성인의 집단이라기엔 끊임없이 양산되는 네거티브와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대립 공방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아쉬움은 학내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 마무리된 총선에서도 정쟁의 중심은 정책이 아닌 네거티브였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히 자리 잡은 타인에의 과잉 의식 또한 ‘헬조선’을 꺼내왔다. 사회가 타인과의 공존을 수반하기에, 어느 정도 타인을 의식하는 행위는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정도가 지나치다. 여러 잣대로 구분 짓고 비교하면서, 획일화된 이상을 좇는 불필요한 과정을 거친다. 수년 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을 따돌린다는 보도가 세간에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이렇듯 세대를 가리지 않고, 누군가를 ‘루저’로 지칭하는 등 서열화와 열등감 의식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서로의 상황을 잣대에 비교하며, 불필요한 자격지심 생산 문제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필자는 그런 현대 사회의 치열한 마라토너였다. 군 복무를 마친 후, 야학교 교장, 수업 조교, 공모전, 대외활동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 그러다 터진 맹장을 부여잡고 일을 하다 복막염으로 악화되어 수술받을 만큼 무식하게 달려왔다. 입원 생활 중 사회의 치열함에 피로감을 느껴, 해외 생활을 준비했다. 그렇게 작년 하반기부터 해외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지금의 ‘헬조선’은 탈출이 답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린 생각이다. 오히려 피로감의 자리에는 향수가 들어찼다. 지금 사는 이곳에서는 심심찮게 “We are hiring.”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고용과 여러 관점에서 미국은 매력적인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으로의 정착 문제는 다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관이다. 앞서 서술한 요인들도 있지만, 생활이나 마인드셋에서의 차이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다. 많은 주변 사람이 이런 연유에서 한국에 향수를 느낀다.

살아가 보니 사회라는 게 아이러니하면서 재미있다고 느낀다. 피로감을 느끼던 한국이지만, 그럼에도 향수를 느끼니 말이다. 필자가 느끼는 이 감정이 정답은 아니다. 혹자는 타국 생활에 만족해 정착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작금의 문제에 맞서 돌파구를 만들어갈 동력이 될 것이다. 필자는 「팩트풀니스」의 표지에 쓰인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라는 문구를 좋아한다. 이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괜찮은 부분들도 분명히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김진원(미컴·4)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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