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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소외되는 기초학문, 대학의 근간이 흔들린다

실용주의, 취업률이 강조됨에 따라 대학에서 기초학문의 자리가 위태롭다. 특히 2024학년도부터 입학정원 내에서 학과별 정원을 자율 조정할 수 있게 되며, 비인기학과인 기초학문 학과의 정원 감축 심화가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기초학문 소외 현상이 학생들의 선호도 및 교수자에 대한 연구 지원을 축소해 상황을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초학문 가지치기가 시작되다

지난해 12월 30일, 교육부는 대학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대학설립·운영규정 전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대학에서 인기학과 정원은 언제든 늘리고, 비인기학과는 축소할 수 있다. 감소하는 학령인구에 대응해 대학 구조개혁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 현 개정안 골자지만, 이미 벼랑으로 내달리는 기초학문의 위기를 가속화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 10년간 전국 대학에서 통폐합된 인문계열 학과는 총 763개로 나타났다. 통폐합 학과 중에는 특히 영어영문학과, 중국어과 등 어문계열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공학계열은 순증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등과 관련해 총 819개 학과가 신설됐다.

본교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본교는 2019년 △인공지능공학과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디자인테크놀로지학과 4개의 첨단융합학과를 신설한 바 있다. 또한 2024년에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반도체산업융합학과 등 첨단학과를 추가로 신설할 예정이다.

한편,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는 통폐합되거나 폐과 위기를 맞았다. 2015년 본교는 프라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언어문화학과와 철학과 폐지 내용을 담은 문과대학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당시 교수회와 학생의 반발로 무산됐으나 학과 인원 축소는 피할 수 없었다. 본지 조사 결과 2013년 본교 문과대와 자연과학대의 입학정원은 각각 513명, 390명이었으나 △2015년 467명, 319명 △2020년 394명, 303명을 거쳐 △2023년 400명, 285명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1,464명에서 1,569명까지 7.2%가량 입학 정원이 늘어난 공과대와는 반대되는 추세다.

학생은 취업 문제로 기피, 교수는 연구비로 울상

2022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취업률(67.7%)을 기준으로 공학계열의 취업률(69.9%)은 전체 취업률을 웃도는 수준을 보인 반면 인문계열(58.2%), 자연계열(65%)은 그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취업자 중 전공-직업 정합성 수준은 심각했다. 공학계열의 경우 취업자의 63.3%가 전공 분야와 직업이 일치했으나 인문계열의 경우 30.2%, 자연계열은 36.4%로 현저히 낮았다.

“전공을 살려서 취업할 거라는 기대는 안 해요. 전공만으론 취업이 어렵다는 걸 느끼고 학부생 시절 여러 번 전과를 시도했어요” 중국학과 졸업생 박지연 학우는 학부생 시절 두 차례 공과대학으로의 전과 신청을 노렸지만 높은 전출 경쟁률로 전과에 실패했다. 또한 기초학문 단일전공만으론 취업의 문이 높아 복수전공을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학생들이 취업 문제로 기초학문을 기피하는 가운데, 해당 전공 교수들은 연구비 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자연과학대학 A 교수는 “취업률과 충원율로 학과의 ‘줄세우기식’ 평가가 지속되면서 학교가 기초학문보다 응용학문에 연구비 지원을 힘 쏟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신입생·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은 중요한 평가지표다. 기준 미달 시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기에 각 대학은 취업률과 충원율이 낮은 기초학문 전공들을 구조조정하는 반면, 응용학문 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조는 연구비 배당에도 반영되며 기초학문 교수들이 받는 지원은 응용학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두고 진인주 전 교무처장은 “사실상 기초학문에 대한 학생들의 기피를 제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학교본부와 학생에 외면당한 연구실은 정부 지원에 기대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조차도 녹록지 않다. 2021년 학문 연구개발(R&D) 예산 27조 4,005억 원 중 인문계열 순수 R&D 예산은 3,226억 원(1.2%)에 불과했다. 1인당 연구비는 인문계열 1,460만 원, 공학계열 1억 1,470만 원으로 공학계열이 8배 이상 많다. 이에 문과대학 B 교수는 “인문학 전공은 연구비 지원받기가 워낙 어렵다 보니 연구 경력이 쌓인 교수는 신규 교수를 위해 일부러 연구비를 신청하지 않는다”며 “학문 분야별 ‘차이’가 아니라 ‘차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몰락하는 기초학문, 지켜볼 수밖에 없나?

학교 차원에서 기초학문에 대한 끈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다. 진인주 전 교무처장은 기초학문에 대한 보호정책의 일환으로 교과과정을 보완하고 기초학문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의 노력을 시행했다 전했다. 과거 교무처에서는 기초학문 보호를 위해 전공 교과목의 폐강 기준을 10명으로 하향 조정하고, 학부 교양필수 과목에 기초학문 교과목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러한 노력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기초학문을 기피하고 있다. 2023학년도 본교 기초학문 전출 희망 인원(142명)은 전입 희망 인원(17명) 대비 8.3배 많았다. 이공계열의 전입 희망 인원(231명)이 전출 희망 인원(100명)보다 2.31배 많은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기초학문 학과에 입학했음에도 취업 이점이 있는 응용학문 학과로 학생들의 선호가 집중되는 것이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위행복 인문사회총연합 초대 회장은 “연구자들이 연구자로서 살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연구진, 교수진이 무너질 것”이라며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기초학문은 그냥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소은 기자  1220323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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