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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 리움미술관에서 먹는 아침

“아침을 안 먹고 와서 배고파서 먹었어요.” 지난달 S대학의 한 재학생이 용산구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1억 5,000만 원 상당의 작품을 먹었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이 학생에게 어떠한 손해배상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예술 작품을 먹었다? 1억짜리 작품을 훼손했는데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 사건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위’(WE)에 전시된 <코미디언>이라는 작품을 두고 벌어졌다.

<코미디언>은 덕트 테이프를 이용해 바나나를 벽에 붙인 작품으로 카텔란의 대표작이다. 바나나 모형이나 그림이 아닌 ‘진짜 바나나’를 벽에 붙였기에 3일에 한 번 바나나를 교체하는 작업을 가진다. 처음 출품할 당시 경매가는 1억 원을 호가했으며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모이자 주최 측에서는 바나나 주변으로 접근 금지 라인을 설치하기도 했다. 겨우 벽에 붙은 바나나 하나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면 과한 처사라는 생각도 든다. 어처구니없는 이 작품에 대해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은 이렇게 전했다. “바나나 재설치가 쉬워 보여도 엄격한 매뉴얼이 있답니다. 각도가 어긋나선 안 돼요. (웃음)”

예술인지 코미디인지 구별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무슨 바나나가 1억이냐’는 반응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러나 카텔란의 전시가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전시임은 부정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사지만 미술관 예약이 시작되자마자 매진되는 ‘위’(WE)는 어떤 매력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걸까?

이는 ‘불편함’에 있다. 카텔란의 작품은 어딘가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정상이라 여겨지는 예술의 범위에서 빗겨나간다. 미술관의 로비에 들어서면 혼잡한 인파 사이 두 명의 노숙자가 위화감 없이 웅크리고 있다. 두 노숙자는 불청객이 아니다. 엄연히 <동훈과 준호>라는 한국 이름까지 가진 카텔란의 작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갤러리스트를 미술관 벽에 결박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경찰관을 거꾸로 세워 놓는다거나, 교황을 거대한 운석으로 짓뭉개는 동상도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길티 플레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보고 있자면 짜릿함을 느낌과 동시에 작가의 속삭임이 들린다. “네가 벽에 묶어두고 싶은 사람은 누구야? 거꾸로 세워 놓고 싶은 사람은? 까짓거 해버려!”

우리는 예술작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모름지기 예술이라면 다비치나 라파엘로처럼 ‘섬세한 붓질을 거친 팔레트를 근사한 액자에 전시하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현대에서 예술작품은 하나의 생각, 관점, 기억 같은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바나나를 벽에 붙일 수 있는’ 개념이 1억 원에 낙찰된 것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벽에 붙은 바나나를 먹는다고 1억을 배상할 필요는 없을 거다. 그렇다고 배가 고플 때마다 바나나를 뜯어 먹어서는 안 된다. 그 바나나는 미술관의 바나나기 때문이다.

박소은 기자  1220323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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