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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누가 감시자를 감시하는가?
이기원 기자

정기총회장에 들어갈 때쯤 되니, 오른손에 들린 중앙학생회칙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잘못된 문제 제기로 누군가 열심히 만들어놓은 성과물을 폄훼하진 않을까 심히 우려됐다. 그러나 수십 차례 회칙을 읽으며 고심했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심스레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고 대의원들에게 말했다. “감사시행세칙 전부개정안은 중앙학생회칙 위반입니다. 현명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열린 제4차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감사특별위원회칙’과 ‘징계등에 관한 세칙’이 의결됐다. 필자가 보기에 총대의원회(총대)에 징계권을 부여한 세칙은 ‘중앙학생회칙 위반’이다. 「인하대학교 중앙학생회칙(중앙회칙)」 제42조는 총대 감사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징계권은 명시돼 있지 않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이 ‘사퇴하세요!’를 외칠 순 있지만 징계를 가할 순 없듯이 말이다. 중앙회칙 제42조는 국정감사 및 조사를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제61조와 문언상 매우 유사하다.

권예중 회칙연구국장은 ‘법률 유보의 원칙’을 언급하며 ‘중앙회칙에 규정되지 않은 내용을 세칙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의하기 어렵다. 학생 복지 등을 위한 일반적인 세칙을 만드는 데는 중앙회칙상 명시적 위임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은 다른 문제다.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 견제하도록 돼있는 상황에서 회칙에 명시되지 않은 권한을 어느 한 쪽에 부여한다면 회칙을 입법할 당시 주권자(학생 전체)가 전제한 권력 균형은 깨지고 만다.

김해람 총대 의장은 “회칙개정 이후에도 감사세칙상 징계는 계속됐다”면서 “없던 권한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고 관습적으로 존재하던 권한을 세칙으로 명문화시킨 것뿐”이라는 의견을 폈다. 이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통치권력 간 관계는 반드시 헌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 입헌주의의 근본이념이다. 중앙회칙상 근거가 없는 권한이 관례적으로 행사돼 왔다면 세칙개정을 통해 이를 폐지하거나 회칙개정을 통해 근거를 만든 후에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기자의 의견에 호응한 대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중앙회칙을 수호해야 할 대의원들이 중앙회칙상 근거가 없는 세칙을 의결한 점은 매우 유감이다.

학생자치기구가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하는지 감사할 권한은 총대가 가진다. 그렇다면 총대는 누가 감사하는가? 총대 의장단과 집행부가 대의원들의 감사를 받기는 한다. 그러나 현행 회칙체계상 대의원들이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는 지 감사하는 자치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감시자를 감시하는가?’ 이는 정치학계에서 굉장히 오래된 화두 중 하나다. 두 가지 대답을 생각해본다. 하나는 언론이다. 인하대학신문은 상임위원회나 대의원총회에서 이뤄지는 논의를 계속 모니터링 하며 문제가 되는 사안이 있는지 판단해 보도한다. 다른 하나는 공중(公衆)이다. 인하대 학생이라면 누구든 학생자치기구 회의에 참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본지마저 부패할 순 있지만 모든 학생이 함께 부패에 동조하기란 불가능하다. 고도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의회와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는지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있음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이기원 기자  qnal4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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