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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영화] 타인의 꿈을 덧입히면

한 여성과 남성이 대화를 나누며 길을 걷는다.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부터 빽빽하게 붙어있는 건물들, 그리고 행인들까지 언뜻 보기엔 모두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한순간 분위기가 바뀐다. 남성이 ‘꿈과 현실이 다를 바 없다’는 아리송한 말을 하자 굉음과 함께 도시가 천천히 반으로 접힌다. 저 멀리 있던 건물들은 180도 뒤집어져 천장에 매달려 있다. 앞으로 걸어가다 보면 90도로 꺾인 도로가 길을 막지만, 여성과 남성은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고 중력을 거슬러 벽을 걷기 시작한다. 우리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상은 오로지 ‘꿈’을 통해 들어왔다는 이유 하나로 실현된다. 영화 『인셉션』은 ‘꿈속’이라는 설정하에 과학적으로 성립 불가능한 아찔하고 위험한 공상을 구현한다.

타인의 꿈에 들어가 기억 속에 새로운 기억을 덧입혀 본래의 기억을 잊게 조작하는 것. 이것이 주인공 ‘코브’ 일행이 해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코브와 일행은 ‘피셔’라는 남자의 아버지 회사를 뺏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표적인 피셔의 꿈에 들어가 기억을 조작하는 작전을 펼친다. 목표는 ‘아버지는 유산을 물려받지 않고 자립하는 것을 원하신다’라는 피셔의 무의식을 ‘아버지는 유산을 배분하는 것을 바라신다’로 자연스럽게 바꿔 그의 아버지와의 갈등 원천을 없애는 것. 피셔의 기억 속에 담긴 감정은 타자로 인해 변한다.

우리 꿈속에선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건물이 뒤집히거나, 손가락이 반대로 꺾이는 등의 비현실적인 일이라도 가능하다. 감독은 이 특징을 이용해 꿈을 꾸는 상태에서 의지로 모든 걸 조종할 수 있는 ‘자각몽’을 넘어 타인의 꿈까지 조작하는 역발상을 실현해 낸다. 가히 신선하고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발생한 과거를 바꾸는 뻔한 시간 역행이 아닌, 꿈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기억을 덧입힌다는 새로운 방법으로 다가간 점이 독창적이다.

코브는 꿈인지 현실인지 인지하게 도와주는 장치인 팽이를 돌리며 영화의 막을 내린다. 우리는 그가 현실로 돌아왔는지 혹은 여전히 꿈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영화 내내 일어난 모든 사건이 전부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감독은 꿈의 무한한 가능성을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든다. 심지어 결말이 다가오고 안심한 틈을 타 나오는 반전은 영화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끔 유도한다. 실상과 꿈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마음에 의심의 싹을 키운다. 영화의 어느 장면부터 거짓이고 진실인지는 재관람하는 사람들만 알 수 있게끔 말이다. 반전과 복잡함은 이 영화의 단 하나의 매력이다.

꿈속의 꿈에서 벌어지는 무의식과의 싸움. 독창적인 설정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 『인셉션』은 ‘자각몽’이라는 소재를 응용한 영화 중 단연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그 어떤 간섭도 넘쳐나는 상상력을 막을 수 없는, 모든 게 실현 가능한 최고의 무대라고 감히 평가한다.

이소민 수습기자  sml442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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