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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월마을은 어쩌다 죽음의 마을이 됐나?

지난 2019년, 인천 서구 ‘사월마을’이 환경부가 실시한 건강영향평가조사에서 전국 최초로 ‘주거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작은 시골 마을이었던 사월마을이 주거부적합 판정을 받게 된 근간은 바로 수도권 매립지다. (인하대학신문 1299호)

지난해 5월 본지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에 직접 방문해 매립지의 현주소와, 이관 여부를 둔 서울-인천-경기 간 의견 대립에 대해 취재했다. 1970년대, 서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본래 서울 마포구 난지도에 있던 쓰레기 매립장은 포화상태에 빠진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쓰레기 매립장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서울시는 쓰레기를 버릴 곳으로 다른 지역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결정된 곳이 현재 ‘수도권 매립지’가 위치한 인천 서구다. 수도권 매립지가 조성되며 각종 오염 문제가 발생했고, 가장 직격타를 맞은 곳이 바로 ‘사월마을’이다.

마을 주변 느닷없이 들어선 쓰레기 매립지는 주민들에게 날벼락과 같았다. 쓰레기 매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에 더해, 마을 주변으로 각종 폐기물 처리 공장이 자리 잡으며 마을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평범한 시골 마을에서 ‘쇳가루 마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까지, 그 과정을 따라가 봤다.

마을 남서쪽 1km, 어느 날 찾아온 불청객

“원래 우리 마을 이름이 ‘속세우지’였어. 앞에는 바다고 뒤에는 산이고. 그래서 속이 시원하니까 ‘속세우지’라고 이름을 지은 거지.”

“사월마을이 왜 사월마을인지 알아? 마을 풍경이 너무 예뻐서. 나그네가 사흘을 머물고 간다고 해 사월마을이야.”

‘속이 시원한’, ‘풍경이 아름다운’… 사월마을에 붙는 수식어는 원래 그런 것들이었다. 마을 남서쪽 1km 떨어진 곳에 수도권 매립지가 들어서기 전까진 말이다. 1992년 마을 인근에 쓰레기 매립지가 생기고, 2003년부터 마을 인근에 건설폐기물 재활용 업체 등 각종 공장이 들어서면서 마을의 환경은 180˚ 바뀌었다. 사월마을 주민 권 씨는 처음 주민들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2016년을 회상했다.

“처음에는 그냥 감기인 줄 알았어. 근데 아저씨(남편)가 혹시 모르니까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대? 그렇게 검진받아봤는데 갑자기 갑상샘 암이라고… 근데 나만 그런 게 아니야 우리 주민 다 그래. 그 잠깐 사이에 암 걸린 사람이 15명이야. 15명.”

갑작스러운 마을 주민의 집단 암 발병. 주민 70%가 갑상선 질환 및 피부병을 앓았고, 총 8명의 주민이 암을 원인으로 사망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닥친 재앙의 원인으로 ‘쓰레기 매립지’를 꼽았다. 쓰레기 매립지 설치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공장에서 날아오는 쇳가루와 비산 먼지가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52가구가 사는 마을 주변에 생긴 공장은 165곳. 주민의 수보다 공장이 더 많았다.

특히 주민들을 괴롭혔던 건 마을 앞의 대규모 ‘순환골재공장’이었다. 순환골재란 철거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잘게 부수고 선별해서 재가공한 골재를 말한다. 콘크리트를 부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의 양은 상상을 초월했다. 순환골재공장에 쌓인 건설 폐기물만 1,500만 톤으로 주민들은 이곳을 ‘골재산’이라 불렀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겨울에는 골재산에 쌓인 분진 가루가 주민의 집 내부까지 불어 들어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일 마을 앞 쓰레기를 싣고 매립지로 향하는 약 1만 3천 대의 대형 트럭과 마을 내부 도로를 가로지르는 약 700대의 소형트럭으로 소음과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악화됐다. 그렇게 주민들은 정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고, 환경부는 2017년 사월마을 주민의 건강영향조사를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전국 최초 ‘주거부적합’ 결정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9년 11월 19일, 사월마을 주민에 대한 건강영향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월마을이 주거환경으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환경부가 ‘주거부적합’ 판단을 내린 건 전국 최초다.

조사 결과 사월마을 내 대기 중 미세먼지, 중금속 농도는 인천의 다른 주거지역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인근 지역인 연희동보다 1.5배 높았으며, 대기 중 중금속 농도는 인근지역인 구월동, 연희동보다 2~5배가량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오염에 기여도가 높은 오염원은 순환골재처리장 등 건설폐기물 처리업(19.4%), 자동차(17.7%)로 주민들이 호소하던 문제가 객관적인 수치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전체 52가구 중 37세대(71%)가 주거환경 부적합 판정을 받아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농도 △주·야간 소음 △우울증과 불안증의 호소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월마을이 주거환경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 인천시 서구청과 협의해 주민 건강모니터링, 환경개선사업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하겠다 약속했다. 당장의 이주가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서구청은 업체에 골재산과 쓰레기 산을 치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월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가로지르는 트럭

여전히 마을을 뒤덮은 쇳가루

그렇다면 ‘주거부적합’을 받은 지 4년이 지난 지금, 사월마을엔 과연 많은 변화가 찾아왔을까?

1월 28일 오후 3시. 사월마을에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연신 기침이 났으며 맨눈으로도 뿌연 먼지가 보일 정도였다. 방문 전날, 한 차례의 눈이 내렸음에도 사월마을의 공기는 탁하기만 했다. 본격적으로 마을에 들어서자 하나둘 주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 연신 집 앞 화단을 행주로 문지르는 한 여성이었다. 그는 “매일같이 집 주변을 닦지 않으면 쇳가루가 쌓여 살 수 없다”며 “하루에 두 번 아침저녁으로 집을 닦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마을주민을 괴롭혔던 쇳가루는 여전히 사월마을 곳곳에 날리고 있었다. 마을 내 담장 밑에서 흙을 채취해 자석을 갖다 댔더니 금세 흙에서 쇳가루가 분리돼 자석을 따라 움직였다. 과거에는 마을에서 농사를 지었을 뿐 아니라 지하수를 마실 수도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꿈도 못 꾸는 일이다. 사월마을 곳곳엔 과거 농사를 지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랫동안 방치돼 썩은 농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월마을에서 20년간 거주한 권순복 씨는 “쇳가루 때문에 여기서 농사를 짓는 건 더 이상은 불가능한 일”이라 토로했다.

마을 뒷산으로 향하자 여전히 골재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4년 전, 골재산을 치우라는 지자체의 권고가 있었지만, 진척도는 20%에 그치고 있다. 골재산을 없애기 위한 기계 제작에 3년의 세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진 덮개가 드문드문 있을 뿐, 대부분 골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황이었다. 문유숙 사월마을 비상대책위원회 총무는 “여전히 바람만 불면 골재 가루가 마을 곳곳에 시커멓게 쌓인다”며 푸념했다.

이뿐만 아니라 5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임에도 심심찮게 소형 트럭을 볼 수 있었다. 사월마을은 좁은 도로를 가운데 두고 가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형태다. 때문에 도로에 트럭이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주민의 집으로 먼지가 바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4년 전과 달라진 건 있었다. 공사를 시도한 듯 엉성하게 놓여있는 골재산의 덮개, 텅 빈 집터가 그 예다. 사월마을은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악화’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사월마을 인근에 있는 거대 쓰레기 산

그들이 마을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

사월마을 주민들이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했다. 그들을 보호해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주거부적합을 받은 이후, 주민들은 이주대책을 논의했으나 법적 근거가 없어 이주 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0원’이다. 현 상황에서 인천시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주거환경 개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망가진 환경을 되돌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마냥 환경보건법이 개정되길 기다릴 수도 없다. 결국 끝없는 기다림을 견디지 못한 이들은 스스로 사월마을을 떠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남는다. 권순복 씨는 “벌써 내 나이가 76세인데 이 나이에 또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냐”며 “여유 되는 사람은 떠나고 아닌 사람은 남으라는 게 참 가혹한 소리”라고 울분을 토했다.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까지 단 2년 남았다. 수도권 매립지 연장과 종료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거대 매립지가 새로운 거처를 찾는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2의 사월마을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매립지의 해답을 소수의 희생에 전가하는 악순환은 이제 끊어져야 한다.

박소은 기자  1220323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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