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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톡톡] 펭귄은 발이 안시려울까?

올해 겨울날, 빙판길을 걷다가 넘어진 적이 있다. 급하게 손을 뻗어 크게 넘어지는 건 막았지만, 차가운 얼음에 손이 닿고 말았다. “앗 차가!” 단순한 차가움을 넘어 찌릿함이 몰려오며 온몸에 기분 나쁜 감각이 번져왔다. 더 추워진 몸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 몸을 녹이던 중 무심코 바라본 TV 속 펭귄이 얼음 위에서 뒤뚱뒤뚱 걷고 있었다. 펭귄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펭귄은 발이 안 시려울까?’

일반적으로 차가운 물체에 닿으면 손발은 차가워진다.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열에너지의 ‘열전도 현상’ 때문이다. 펭귄이 서식하는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장소로 알려져 있다. 맨발로 빙하 위를 다니는 펭귄과 여러 동물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손발을 시리게 한다. 대체 어떤 원리로 그들은 차가운 설원 위를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걸까?

바로 ‘역류 열교환’ 현상 덕분이다. 역류 열교환이란 다음과 같다. 심장에서 나온 뜨거운 피가 동맥을 따라 흐르다 다리에 이르면 정맥에 열을 뺏긴다. 이후, 차가워진 피가 발에서 정맥을 따라 올라오다 온도가 높은 동맥의 열을 얻는 과정을 일컫는다. 역류 열교환 방식을 사용하는 생물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 ‘클라우드 버나드’다. 그는 ‘세동정맥그물(rete mirabile)’이 역류 교환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세동정맥그물은 동맥과 정맥이 서로 매우 가깝게 꼬아져 붙어있는 모세혈관 다발의 모습을 띤다. 작은 혈관이 조밀하게 연결됐기 때문에 열이 효과적으로 교환된다.

역류 열교환 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펭귄의 발이다. 펭귄의 발에는 ‘원더네트(wonderful net)’라는 특수한 혈관구조가 있는데, 원더네트가 바로 세동정맥그물이다. 보통 새들의 발은 동맥과 정맥의 길이 구분돼 있기 때문에 심장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피가 곧바로 발바닥을 데워 차가운 얼음 위에서 열 손실이 크다. 그러나 펭귄의 경우에는 얼음이 닿아 차가워진 정맥혈과 몸속을 순환하는 따뜻한 동맥혈이 펭귄의 발바닥 위쪽에서 그물망처럼 서로 붙어 얽혀 있어 열을 상호 교환해 열 손실을 줄인다. 이로써 차가운 발의 피는 얼지 않게 적당히 따뜻해지고 몸속의 따뜻한 피는 적당히 식혀져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절한 체온을 유지한다. 이 결과 펭귄의 발은 어는점보다 1~2도 높은 온도를 유지 할 수 있어, 열 손실이 최소화되고 동상 또한 걸리지 않는다.

이 역류 열 교환 방식으로 냉기를 버티는 동물은 비단 펭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썰매개의 발바닥에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2011년 과학저널 ‘수의 피부과학’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썰매개의 다리는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곳이 많고 정맥이 가느다란 그물구조로 동맥을 감싸는 구조로 펭귄과 유사한 구조를 취한다. 썰매개가 동상에 걸리지 않고 썰매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이다. 오리 또한 다리 혈관이 정맥이 동맥을 감싸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추운 겨울날, 꽁꽁 언 인경호를 잘만 걸어 다닐 수 있던 인덕이의 비결이다. 이처럼 동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역류 열교환 장치를 자신의 신체에 맞게 적용해 살아간다.

이제는 펭귄의 발이 시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친구에게 한마디를 던져주자. “펭귄의 발에는 말이야…”

박재형 기자  qkrwogud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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