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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책] 사랑하는 나의 키티, 안네에게

며칠 전 책장 정리를 하다 중학생 때 썼던 일기장을 발견했다. 짝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동생과 필자를 비교하는 부모님에 대한 험담, 예민한 사춘기 소녀의 고민과 공상까지. 민망한 얘기가 잔뜩 적혀있어 누가 볼세라 일기장을 숨겼다. 일기장에 담긴 시시콜콜한 내용을 통해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 전 세계 수백만 사람들에게 읽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일기장이 있다.

‘안녕 키티! 우린 이제 친한 친구가 될 거야.’ 1942년 6월 14일, 안네는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도 붙여주며 누구에게도 꺼낸 적 없는 마음속 이야기를 풀어낸다. 2년간 빼곡히 눌러쓴 일기에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억눌러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독일군의 눈을 피해 달아난 은신처에서 안네는 크게 웃을 수도 편히 화장실을 갈 수도 없었다. 유대인 소녀가 숨어 지내며 남긴 안타까운 기록. 아마 많은 이들은 안네의 일기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네의 일기 무삭제 완역판이 세상에 공개되며, 비로소 15살 안네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속에는 잔혹한 홀로코스트의 증인이기 이전, 평범한 사춘기 소녀 안네가 담겨있었다. 독립적인 성격의 안네에게 사사건건 간섭하는 가족에 대한 불만은 나날이 쌓여간다. 언니에 대한 열등감과 엄마를 향한 불신으로 잠 못 이루기도,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룸메이트를 창밖으로 던지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곧 그는 충동적인 생각에 지배된 스스로를 성찰하며 진솔한 반성의 감정을 일기에 써 내렸다. 때로는 첫사랑의 열병에 관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은신처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알려준 ‘페터’. 어른들의 눈을 피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간지러운 감정을 일기에 털어놓는다. 충동적으로 부모님을 험담하고, 가끔은 숨어서 야한 농담을 하고, 연인과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 누가 봐도 영락없는 15살 소녀였다.

안네가 남긴 고민과 방황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훌쩍 성장한 ‘숙녀’ 안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치열한 사춘기를 겪은 후 일기의 끝자락에 선 안네는 이전보다 단단해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필자도 그랬다. 중학생 시절 수많은 고민을 하며 일기에 써 내려간 문장들. 지금 와서 보면 부끄럽지만 그 모든 순간이 모여 현재의 ‘나’를 만들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그랬을지도 모른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일기를 한 호흡으로 읽다 보면, 마치 안네와 긴 교환 일기를 주고받은 기분이 든다. 나의 희망은 죽어서도 계속 살아있는 것!’ 안네의 생전 바람처럼 그는 우리의 친구 ‘키티’가 되어 영원히 살아있다.

박소은 기자  1220323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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