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편집국장

‘가격(價格): 돈으로 나타낸 상품의 가치.’ 시장 경제 원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가격은 상품의 품질, 브랜드, 그 이외의 서비스까지 상품에 내재된 모든 가치를 함의한다. 소비자는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해 상품이 합당한 가격에 설정돼 있는지 판단한 후 구매 의사를 결정한다. 소비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주체라면 말이다.

본교의 지난 한 달은 소비자들의 분노로 가득 찬 기간이었다. 학우들은 각종 수업료, 실습비 명목으로 등록금을 지불하는 인하대학의 소비자다. 지식의 전당으로써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교육뿐만 아니라 캠퍼스 공간, 취업 및 비교과 프로그램, 심지어는 행정 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범위가 우리 학우들이 수요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 하지만 최근 학내 여론을 보면 등록금이 제값을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마 가능했다면 본교는 당장에라도 한국소비자원에 고발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시작은 갑작스런 한 취업 제휴 프로그램의 중단 사태였다. 개강과 동시에 청천벽력같이 날아든 잡플래닛 제휴 중단 사태는 본교 취업준비생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총학이 나서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곧이어 셔틀버스, 주자, 장학금 등 각종 학생 복지 혜택 축소 문제와 교직원 늦장 행정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심지어 재작년 일반재정지원대학 미선정 사태와 작년 본교 사망사건에 따른 안전 문제까지 재언급되며 총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솔직히 워낙 단기간에 갑자기 많은 컴플레인이 쏟아졌던지라 학생 여론에 조금 과한 면이 있지 않았나 싶었지만, 그간 본교가 쌓아 올린 업보를 생각하면 자업자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학내 여론의 폭발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전부터 본교는 연일 심화하는 재정 악화 속에서 ‘비용 효율화’라는 명분 아래 학생 복지 축소와 교직원 감축을 자행해 왔다. 학생들이 체감하는 복지 효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교직원의 행정 처리에도 문제가 생긴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태들과 총장 선출 과정에서의 내홍으로 외부 조롱거리가 되며 대외이미지는 직격탄을 맞았다. 인하대학이라는 제품의 품질, 서비스, 브랜드 이 모든 내재 가치에 흠이 생긴 셈이다. 도대체 어느 소비자가 제값도 못 하는 구입품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통상적으로 상품 가격이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대에 형성돼있다면, 소비자는 환불하거나 다른 제품을 이용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한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학생증을 반납하거나 학적을 바꾸기에는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하대학 내외부의 모든 하자를 수험생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본교 학생들은 인하대학에 입학했다는 이유만으로 불공정거래 피해자이자 비합리적 소비자가 되는 꼴이다.

결국 방법은 딱 하나. 학우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 상태에 놓이도록 지불하는 가격에 걸맞은 효용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가까운 미래에 등록금 인상이 확실시되는 요즘 국면에서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재원 편집국장  ljw3482@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