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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영화] 앞으로 살아갈 생명들에게

어딘가 쓸쓸하다. 신비로우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 그 흐름에 연상되는 상쾌한 숲의 공기와 거대한 나무 사이. 들려오는 그 처절한 노랫말. “슬픔과 분노의 마음에 숨은 본심을 아는 건 오직 숲의 원령들뿐” 『모노노케 히메』의 주제곡에는 인간의 삶을 위해 희생당한 자연의 비통함이 드러난다. 인간의 문명 발전 아래, 숲은 설 곳을 잃었고, 동식물들의 서식지는 사라져갔다. 자연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이제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는 반대로 인간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 이 둘의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 『모노노케 히메』는 이러한 자연과 인간의 대립을 신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고찰한다.

영화는 주인공 ‘아시타카’가 마을로 돌진하는 멧돼지신을 죽이면서 시작된다. 그 멧돼지신은 다름 아닌 숲에 서식하던 정령. 인간의 발전을 명분으로 숲이 파괴되자, 복수심으로 가득 찬 재앙신으로 변해 인간 마을에 들이닥친 것이다. 재앙신을 죽인 대가로 저주에 걸린 그는 저주를 풀기 위해 신들이 모여 사는 깊은 숲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아시타카의 여정 속 비친 숲의 모습은 참혹했다. 평화롭게 나무를 가꾸던 정령들이 타락해 식인을 주장하는 모습은 마음 한 켠 비참함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거기에 인간 마을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동물신들과 원령공주까지. 인간에게 분노하고 투쟁하는 숲의 모습은 남은 생명이라도 지키기 위한 자연의 마지막 발악이었으리라. 전쟁의 공포가 엄습하자, 인간들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인간들은 동물신들을 죽이고, 숲을 정복할 계획을 세운다. 서로에 대한 증오는 커지고, 갈등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그 치열한 대립의 해결사로 나선 이는 '아시타카'였다. 자연의 희생을 발판 삼은 인간의 번영과 거기에 참혹한 복수를 하려는 자연. 그는 누구의 잘못도 탓하지 않으며 양쪽 모두를 존중한다. 자연과 인간 모두를 설득해 전쟁을 멈추고 파괴된 숲을 복원해 인간과 동물의 터전을 소생시킨다. 한쪽을 위한 양보와 통합이 아닌, 동등한 관계 속 충돌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를 고민하는 아시타카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우리에게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결국,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을 인정하며, 각자의 자리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노력이 『모노노케 히메』에서 추구하는 ‘존중’의 참뜻이다.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자는 전제로부터 더욱 생명력 있는 봄은 시작된다. 영화는 오늘날, 미래를 이어갈 청춘에게도 자연을 ‘존중’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지금도 숲 속 어디선가 아시타카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다.

“죽지 마. 살아가야 해. 우린 아름다워.”

장서윤 기자  jangseoyun2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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