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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이의 있습니다, 반대토론 해야 합니다
하재윤 기자

지난 8일, 헌정사상 최초로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안건이 상정되고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8분. 찬성표는 179표로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보다 겨우 10표 많았다.

이번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안 의결에 협치는 없었다. 작년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행정안전부 이 장관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발의 후 국회를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에 의해 반려됐다. 그러자 야3당(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이 탄핵소추안을 발의, 여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통과시켰다.

야3당의 공동발의라고 하지만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이나 마찬가지다. 의결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는 169표로 국회 본회의 가결기준인 150석보다 많은 의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당이자 원내 두 번째로 의석수가 많은 국민의힘의 의견을 묵살하고 단독으로 의결을 밀어붙인 셈이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국민의힘 내에서 이 장관 책임론에 회의적인 의원들은 물론, 자진사퇴를 주장하던 의원들까지 절대 다수당에 의한 의회정치의 붕괴라 격분했다.

이런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5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시도를 막기 위해 최대 100일간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를 벌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를 강제로 종료시키는 '회기 쪼개기'라는 편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불과 7시간 만에 무산됐다. 당시 다수당의 횡포에 의한 졸속 입법을 시도한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해당 사안들의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술한 사례들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결정일 수도 있다. 핵심은 국회는 다수당의 폭정을 막을 방법이 없고 심지어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에 있다. 다수당 횡포의 문제점을 국회의원들이 몰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다수당 의원이 된 그들이 횡포를 부리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적법한 절차로 얻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행동에 제도상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의회정치는 수많은 국민들을 대표해 토론하고 협치하기 위해 존재한다. 적어도 의회정치를 표방하는 나라의 국회의원이라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었더라도 다수당의 횡포를 선례로 남기지는 말았어야 한다. 이제 훗날 등장할 또 다른 절대 다수당은 이 선례들을 등에 업고 더욱 활개 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회의입니까? 이것이 어찌 회의입니까? 이의가 있으면 반대 토론을 해야 합니다!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가 어디 있습니까? 토론과 설득이 없는 회의도 있습니까?” 1990년, 3당 합당 당시 끝까지 반대하는 인원이 있음에도 다수의 동의에 따라 합당이 결정되자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많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존경한다고 밝힌 그의 분노 섞인 열변이 정녕 본인들에게는 들리지 않는가.

 

하재윤 기자  jim_ha@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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