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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고민하는 대학생을 위해 - 두보의 마음으로
박재형 기자

대학 신입생 시절 좋아했던 한시가 있다. 이백과 함께 중국 최고 시인으로 꼽히는 두보의 ‘망악’(望嶽)이라는 시다. 특히 마음을 울린 건 시의 마지막 구절이었다. ‘會當凌絶頂(회당능절정) 一覽衆山小(일람중산소)’라 하여 ‘언젠가 반드시 정상에 올라, 뭇 산들이 작음을 한 번 굽어보리라’는 뜻이다. 그는 태산의 웅대함을 접하게 되고 언젠가 자신도 작은 산들을 굽어보는 태산이 되고자 시를 지었다.

그러나 두보의 현실은 시에서 펼치던 기세가 무색하게도 녹록지 않았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에 과거도 억울하게 여러 번 낙방하며 방랑의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신입생 시절, 기자가 주목했던 건 두보의 ‘포기하지 않는 뜨거운 기세’였다. 요즘 말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하 중꺾마)이라 할 수 있겠다. 당시에는 두보처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미래가 보장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최근 현실을 둘러보면 이런 마음을 갖기 쉽지 않아 보인다.

며칠 전, 대학 동기에게서 연락이 왔다. 공모전에서 아쉽게 상을 받지 못해 속상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열심히 공부해 많은 자격증을 땄음에도 회사 인턴에 떨어지니 마음이 여간 답답한 모양이었다. 신입생 시절 함께 후문 거리에서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말하던 친구는 어디로 가고, 지금은 자신감을 잃어 우울해 보였다.

비단 이 동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대학생이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느낀다. 한 진로 관련 설문을 보면, 대학생의 절반은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대학생 10명 중 8명은 진로 고민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진로, 취업 문제가 더 이상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몫으로 돌아갔음을 시사한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대학생의 고충을 개인의 부족함으로 돌리며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이러한 시선으로 인해 대학생들은 진로를 정하지 못하거나, 취업하지 못한 탓을 자신에게 돌린다. 처음 캠퍼스에 들어섰을 때의 설렘과 꿈은 사라지고 방황과 고민만이 남은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현시점에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이겨내라는 위로를 현실에 지친 대학생들에게 함부로 할 수도 없다. ‘중꺾마’라는 말은 한창 유행했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 같이 듣기 좋은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보사 기자가 된 지금, 두보의 시는 ‘중꺾마’보다는 다른 울림을 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두보는 백성들의 가난하고 궁핍한 삶, 고위층의 사치와 부패한 사회상을 비판하는 시를 끊임없이 지었다. 현실적이며 사회성이 높은 시를 쓴 그를 사람들은 ‘시사’(時史) 라 불렀다. 지금 그의 삶에서 배워야 할 점은 ‘포기하지 않는 뜨거운 기세’보다는, ‘타인을 위해 고민하는 마음’이 아닐까.

필자 또한 학생기자로서 학우들의 고민을 같이하고자 한다. 진로, 취업 문제는 더 이상 대학생 혼자 고민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민하는 대학생을 위해, 텅 빈 위로의 글을 지양하고 대학생의 삶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글을 쓸 것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학생들의 미래에 작은 실마리를 마련해 주는 기자가 되기를 다짐한다.

 

박재형 기자  qkrwogud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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