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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돌] 상대성 이론, 우리의 시간
  • 안현수(물리·석사 1차)
  • 승인 2023.02.2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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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밀러 행성에 도착한 대원들은 파도를 만나 지구 시간으로 약 23년을 표류하게 된다. 하지만 밀러 행성의 1시간이 지구의 약 7년이라 했으니 밀러 행성에 내려간 대원들은 고작 3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즉 밀러 행성에서 1년을 살면 지구 나이 6만 년 가치의 기억을 안고 가는 것이다. 이는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비유를 들어, 팽팽하게 당겨진 넓은 천을 상상해 보자. 이 위에 볼링공을 놓으면 볼링공이 움푹 들어가며 평평함에 왜곡이 발생한다. 이 천을 시공간이라고 보면, 공 즉 질량이 큰 행성이 있는 곳은 시공간이 축 늘어져 왜곡이 생긴다. 이로 인해 밀러 행성은 시간당 7년의 시간 왜곡이 생긴 것이다.

필자는 물리학 석사과정을 진행 중인 학생이지만 때로 물리법칙을 탈피하여 자유를 갈망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리고 이런 상상들을 심리나 행동양식에 적용해 깨달음을 얻어보려는 일련의 행위를 참 좋아한다. 필자는 이런 행위가 자연을 이해하고 과학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위 맥락으로 필자는 행성의 질량을 기억의 양으로 비유해서 상상력을 통해 현실의 시간을 돌아본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재수학원에 다니던 시절 기억을 떠올리면 매일 책상에 앉아서 책을 봤고, 통원차량에 앉아 집에 갔다. 변화가 없는 항상 같은 패턴. 기억을 질량에 비유하면 질량이 너무 작아 재수학원이라는 행성에 들어가도 시간의 왜곡이 없다. 반대로 필자는 대학교 3학년 시절, 학과 대표를 맡았고 동아리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멘토링, 강연 그리고 연구실 학부연구생 활동까지, 다양한 변화와 도전들이 있었다. 하루하루가 새로워 범주를 나눌 다양한 기억들이 많으니 질량이 커 시공간이 왜곡된다. 3학년이라는 행성에서의 시간 1년이 체감상으로는 기억이 풍부해 마치 6만 년을 보낸 감정인 것이다!

우리가 대체로 시간을 인지하는 것은 과거를 돌이켜 보는 행위이기에 시간의 흐름은 곧 과거의 산물과도 유사하다. 수많은 도전과 기회들은 우리를 언제나 설렘과 변화로 이끌 수 있지만, 이면의 우리가 마주할 철저히 분업화된 사회는 생계라는 이해관계 하에 우리에게 비슷한 일상과 패턴을 요구하면서 살아갈 것을 요구한다. 즉 우리는 직접 설렘에 다가가지 않는다면 패턴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게 마주하는 익숙함은 우리의 기억의 질량을 떨어뜨리고 왜곡 없는 평탄한 시간의 흐름을 유도한다. 시간을 돌이켜봐도 남아있는 기억이 없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는 너무나 자명한 현실인 것이다.

다시금 졸업이 돌아왔고 개강이 시작되었다. 글을 쓰며 필자의 인생을 다시금 돌아본다. 내 작년 기억은 어느 정도 질량의 행성이었을까. 그리고 마주할 시간은 풍부함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까. 시간은 상대적이다. 물리적으로 통제하기에 우리의 환경은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그 상대성을 충분히, 심리적으로는 통제할 수 있다. 하여 훗날 우리의 과거에 질량을 더하기 위해 냉혹한 현대 사회 속, 새로운 시작을 빌어 또 다른 도전을 마주하는 것은 어떨까?

 

안현수(물리·석사 1차)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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