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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해외투자와 부동산,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
  • 윤영진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23.02.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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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저축과 소비 행태를 설명하는 경제학 이론 중 경제모형 설계에 널리 쓰이는 생애소득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며 소득과 소비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태어나서 대략 30대가 될 때까지는 소득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그 이후 60대가 될 때까지는 소득보다 적게 소비하여 저축하고, 은퇴 이후에는 다시 소득보다 많이 소비한다는 내용이다. 이 이론을 따라서 생각해보면 각 연령대 인구의 상대적 비중 변화에 따라 저축과 차입의 가격인 이자율이 등락할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어느 고립된 섬나라에 30세 미만 및 60세 초과 인구(이후 소비인구)와 30~60세 인구(이후 저축인구)가 비슷한 비율로 살고 있다고 해보자. 이 나라의 금융시스템은 저축인구로부터 자금을 받아 소비인구에게 빌려주는 일을 할 것이다. 이 상태에서 출산율이 장기간 하락하여 저축인구에 비해 소비인구의 크기가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금융시스템으로 공급되는 저축의 양에 비해 차입 수요가 줄어드니 이자율이 낮아져야 균형이 될 것이다. 수익률이 낮아지므로 저축인구는 소비인구에게 빌려주는 것 이외의 다른 저축 수단이 있는지 찾아서 이를 적극 강구할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대응 정책에 따른 금리 상승과는 별개로 우리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고 저축과 차입의 양을 일치시켜주는 금리수준(중립금리)은 계속해서 하락해왔다. 그리고 소비인구에게 빌려주는 것 이외의 다른 저축수단으로써 다음 두 가지가 규모를 크게 키웠다.

첫째는 해외투자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 보험사, 투자운용사 등은 국민들로부터 저축을 받아서 약속한 방식대로 운용하고 미래에 원리금을 돌려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저축이 크게 늘자 이를 국내에서 모두 운용하기는 힘들어졌다. 국내에는 높은 이율에 자금을 빌려다 쓰고 갚을 수 있는 주체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고립된 섬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고도로 개방되어 있다. 국내에 저축할 곳이 적으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지난 십여 년간 우리나라의 해외투자는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금융산업의 성장마저 이끌었다. 우리 국민의 해외 금융자산은 2010년 말 0.7조 달러에서 2021년 말 2.2조 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두 번째 저축 수단은 부동산이다. 집은 거주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재화인 동시에 유용한 저축 수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개인의 전체 자산에서 금융기관에 맡기는 것(금융자산)을 제외한 나머지의 대부분은 부동산이다. 최근에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주춤한 모습이지만 코로나 이전까지 우리는 가파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목도하였다. 이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저축수요 증가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저축의 상대적 증가 현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중립금리에 관한 연구 문헌은 저축인구 대 소비인구의 비율에 주목하고 있다. 이 비율도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많이 쓰이는 몇 가지를 볼 때 우리나라의 초과 저축수요는 정점에 다가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례로 통계청이 발표하는 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에 대한 유소년인구(15세 미만)와 고령인구(65세 이상) 합의 비율이다. 생산가능인구는 그간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2019년을 기점으로 이후로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을 소모하는 연령대에서는 유소년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반면 고령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유소년인구 감소보다 고령인구 증가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이제 서서히 저축인구는 감소하고 소비인구는 고령인구를 중심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십 년간 경험한 해외투자 급증과 부동산 가격 폭등은 서로 무관한 현상이 아니고, 인구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초저출산과 기대수명 증가로 우리 인구구조는 앞으로 더 급격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견된다. 예상되는 인구구조 변화를 통해 향후 금융환경의 변화를 전망하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윤영진 경제학과 교수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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