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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17년 만의 회칙개정, 다시 시작해야 할 고민
이재원 편집국장

자그마치 17년이 걸렸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본교 학생사회는 비상식의 굴레 속에 갇혀 허우적댔다. 그 근원은 단연 기존회칙. 이 골칫덩어리는 누구나 알고 있던 문제였지만, 그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다.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결국 일궈낸 회칙개정. 물론 번안 동의 발의부터 재심의 끝에 대의원총회서 턱걸이 통과까지, 회칙개정 과정이 완전무결했다고는 볼 순 없지만 그 소식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번 회칙개정은 대위기 속에서 일궈낸 성과이기에 그 의미가 특히 더 크다. 그간 낡아빠진 회칙을 바꾸려는 시도는 숱하게 있었지만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로 번번이 마지막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그 사이 학생사회 위기는 확산하며 코로나가 휩쓸고 간 자리에 비로소 그 위기는 가시화됐다. '비대위장 없는 비대위', '유령 총학생회' 등 다른 학교에서는 듣도보도 못할 신조어들이 바로 작년 본교에서 유행했고, 인하대 학생사회에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성공한 회칙개정은 판을 뒤집었다. 붕괴 직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득바득 이뤄낸 '국면의 전환'인 만큼, 이번 개정이 유독 남달리 다가왔다.

이번호 회칙개정 비하인드 역시 그런 맥락에서 고안된 기획이었다. 회칙이 바뀌는 역사적 순간의 뒷이야기가 궁금했고, 교내 언론으로서 그 배경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자리였는데, 오갔던 이야기들 중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 한마디가 있었다. '완벽보단 완성.' 이번 개정을 주도한 회개특위 운영부위원장의 말이었다. 회칙개정 발의부터 통과까지 거의 모든 순간에 자리했던 필자에게는 그 한마디의 의미가 가볍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개정회칙으로 탈바꿈할 학생사회 또한 완벽보단 완성에 가깝다. 집행과 의결의 분리, 대의원 직선제처럼 민주적 관례가 통용되는 '제도'와 권한 및 직무대행 체제처럼 그 제도가 붕괴하지 않도록 하는 ‘지지대’의 완성.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학생사회를 무너지기 일보 직전까지 방치했던 기존 회칙이었고, 그에 대한 고민이 함축돼 탄생한 결과물일 테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다. 바로 갈수록 짙어지는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 당장 회칙개정이 대의원총회에 상정됐던 이유만 떠올려봐도 본교 학우 절반의 관심도 끌지 못해 학생총투표에서 무산됐기 때문이었다. 선거성립선 완화, 대표자 출마 요건 완화 등 개정 회칙 곳곳에서도 그런 현실을 반영한 흔적이 보인다. 마치 학생들의 마음이 돌아선 학생자치의 현주소를 인정한다는 듯이. 학생사회의 '무너져가는 국면'은 바꿨지만 '멀어져가는 국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완벽한 학생사회를 건설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학생들이 다시 스스로 학생자치에 발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학생사회의 역할을 설명하고, 그 가치와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지만 언젠간 우리 학생사회는 먹고 자랄 피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다시 새 고민을 시작해야 할 이유다.

 

이재원 편집국장  ljw3482@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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