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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줄어드는 학령인구, 다가오는 대학위기

400여 개의 대학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지방대학과 더불어 수도권 주요 대학까지 사라진다면? 얼핏 생각했을 때 상상하기 어려운 가정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 있다. 대학의 위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최근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대학가의 큰 화두다.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던 과거 대학의 위상은 이젠 무색할지도 모른다.

인구구조 변동

대학을 위기에 빠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다. 대학위기라는 화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고등교육 정책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가 빠른 성장을 유지하던 시절에는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대학설립 요건을 완화했고 대학의 수는 1990년 242개에서 2005년 361개로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1984년 이후 60~70만 명대를 유지하던 출생아 수가 2001년 55만 명, 2002년에는 49만 명으로 급감함에 따라 고등교육을 수요하는 수험생 역시 감소했다. 대학 정원은 늘어났지만, 막상 입학할 학생은 사라지는 것이다.

 2001년 이후 저출생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대학교육을 수요하는 수험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 고3에 해당하는 만 18세 학령인구는 2013년 69만 1천여 명에서 2021년엔 49.5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대학 진학율과 재수생 비율로 계산한 ‘대입 가능 자원’ 수는 2020년 47.6만 명으로 대학 입학정원인 49.7만 명보다 낮아졌다. 대학 정원이 수험생 수를 능가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나아가 0.84%의 ‘초저출생률’은 20년 뒤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 작년 출생자가 수험생이 되는 2039년 만 18세 인구는 26만여 명으로 2013년 대비 2.6배 하락하게 된다.

현재 교육부는 2025년까지 대학 정원을 1만 6천 명 줄이겠단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 정원이 남아도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들은 학생 정원 감축을 단행하며 ‘강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정원 감축을 하지 않은 대학들은 교육혁신과 관련한 각종 대학 평가와 지원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다. 본교 역시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정원을 줄여나가고 있다

악화하는 재정상황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 재정과도 직결된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등록금 수입 역시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평균 54.9%로 상당히 높다. 반면 미국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는 33% 정도다. 이에 관해 강경석(교육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대학에 대한 기업의 후원 문화가 발달해 있고 정부에서도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부를 장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재정 규모가 커 장학제도가 활발히 운영되는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 등록금 인상은 학생의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는 14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날이 갈수록 대학 재정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들지만 1인당 등록금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사립대학 운영 적자는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2년 2,811억이었던 사립대학 적자 총액은 2021년 2조 1,471억으로 7.6배 증가했다. 본교 역시 지난해 29억의 적자를 낸 바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제한이 있다. 한국 대학의 경우 수익자부담원칙을 재정에 적용하고 있다. 수익자부담원칙이란 고등교육 이수자인 학생들이 교육비를 부담한다는 원칙으로 독일이나 프랑스 등이 도입한 공공부담원칙과 대비된다. 2022년 교육 부문 예산은 83.2조 원이지만 그중 65조 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이는 지방교육청 소관 기관을 설치-운영하는데 사용해야 하는 비용으로 대학은 지방교육청 산하가 아니기 때문에 대상에서 배제된다. 교육예산 중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예산은 단 12조 원이다. 그마저도 4조 6천억원 가량은 국가장학금이다. 지방재정교부금은 내국세(관세를 제외한 국세 전체) 총액에 비례하기 때문에 2021년에서 2022년 12조 원 증가한 반면 고등교육 예산은 8천억 원 증가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 예산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법률 개정에 대한 유·초·중등 교육계의 반발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지원에 종속되는 대학들

재정 상황이 악화하니 대학들은 정부 지원에 목맬 수밖에 없다. 정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 LINC 3.0, BK21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평가와 결부된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을 통해 일반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특정 방면에서 우수한 성과가 기대되는 대학들에게 특별지원사업을 실시한다.

기본역량평가에 미선정된 대학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돼 이른바 ‘부실대’로 낙인찍힌 채 지원금이 끊긴다.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되고, 정원이 감축되는 상황에서 지원중단은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정부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정부 지원에 대한 재정의존도가 높은 현 상황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라임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부가 인문, 예체능계 비율을 줄이고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 대규모 예산지원을 약속하자 본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이 정부 의도에 따라 움직인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대학역량기본진단에선 정부가 권역별 평가를 실시함에 따라 본교를 비롯한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정부 평가가 대학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래부터 부유하던 대학은 교육 시설 확충, 교원 임금 인상, 장학금 지급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을 유입하며 정부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다. 반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은 교육 투자 감소로 인해 정부 평가에서 안 좋은 성적을 받고 이로 인해 재정지원제한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이런 낙인은 향후 입시에서 정원 확충을 어렵게 하고 이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들면 등록금 수입 감소로 재정이 더욱 악화한다.

여러 차례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자기만의 노하우를 얻으며 향후 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지만 한번 악순환에 휘말린 대학은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 최근에는 비서울권 거점국립대학들도 정원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수험생들의 서울 선호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이는 서울 내외 대학 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기제도 된다.

대학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와 여당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를 편성해 관련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당이 발의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안은 고등교육에 투자하던 예산에 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떼내어 특별회계를 편성하도록 규정한다. 야당 역시 고등교육을 위한 예산 확충에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의견차를 보인다. 야당 의원들은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교육세 일부를 특별회계에 편입하는 것만으로는 대학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반면 정부 여당은 별도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하여 입장 대립이 존재한다. 여야 의견대립이 있는 만큼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등록금과 정부 지원에 과의존하는 재정 여건을 타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경석 교수에 따르면 대학이 기업과 연계해서 새로운 발명을 하거나 제품을 만드는 등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교 역시 재정 악화에 대비해 자체 재원 마련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백성현 기획처장은 “다양한 사업 수주를 통해 교육 및 연구 여건 개선에 재투자를 이어 나가겠다”며 “교비 수입 외에도 산학협력단을 통해 2천억 원 이상의 사업을 수주했고 이를 교육 및 연구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원 기자  1221291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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