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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선택의 시간
이기원 기자

지난달 말, 과 후배와 만난 자리에서 총학생회 선거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인하대학신문 기자이기 이전에 학생사회에 관심을 가진 유권자로서 이번엔 정식 총학생회가 나오기를 바랐고 후배에게도 그런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후배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그는 총학생회가 나오면 괜히 논란만 생기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차라리 총학생회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공감이 가기도 했다. 지금까지 총학생회가 있는 곳엔 항상 소음이 따랐다. 굳이 저런 일에 예산을 들여야 하는지, 저런 사람을 꼭 간부에 앉혀야 하는지, 그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적절했는지를 비롯해 총학생회장이 권한을 행사할 때면 논란이 자주 생기곤 한다. 학생과 학생이 서로 얼굴 붉히며 언성 높이는 상황을 보다 보면 왠지 모를 피로가 쌓인다. ‘차라리 총학생회가 없다면 평범하고, 평온한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는 학생 자치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다. 과연 총학생회가 있는 상황과 없는 상황 중 어느 쪽이 학생에게 이로운지, 논란으로 인한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는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축제는 열려야 하지 않겠나?’라는 피상적인 대답만으로는 향후 총학생회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총학생회는 학생의 의견을 학교 본부와 외부 사회에 표출하는 데 상당히 유용한 수단이다. 학생 개인이 학교에 제기하는 민원은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총학생회’라는 기구가 전체 학생을 대표해서 하는 요구는 학교 본부 입장에서도 쉽게 묵살하기 힘들다. 학생의 의견과 필요를 결집하고 관철하는 일이야말로 총학생회의 가장 큰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보내는 ‘평범한’ 일상은 완전하지 않다. 누구나 학교생활을 하며 크고 작은 어려움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추운 날씨에 통학버스 줄을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든가, 고시 공부를 하고 싶은데 함께 공부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든가, 공강 시간을 보낼 만한 휴게공간이 없어 캠퍼스를 서성인다거나 하는 문제들. 실제로 이 중 상당수는 학교와 학생회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총학생회가 만드는 피로감은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상당한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학우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과 그럴 능력이 있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매번 유능한 총학생회가 나오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생들은 선택해야 한다. 때로는 미흡한 총학생회가 나타나 잡음을 일으키는 상황을 용납해야 할지 아니면 아예 대변자라는 존재를 두지 말아야 할지를 말이다.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필자는 항상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하더라도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기구가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권수현, 공민성 당선인이 총학을 잘 이끌어갔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걸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도 든다. 이번 총학마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학생자치에 대한 학우들의 냉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테니 말이다.

이기원 기자  1221291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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