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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길을 잃은 채 난파된 항해사들
김민진 기자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 한 복판에서 196명은 부상을, 158명은 생을 달리해야만 했다. ‘핼러윈’이라는 축제가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악몽으로 남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두 거대 양당은 10.29 참사를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로 이용했다. 정부는 10월 30일부터 일주일을 애도 기간으로 지정하고 장례비를 지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또한, 참사라는 단어 대신 ‘사고’를, 희생자 대신 ‘사망자’를 사용하도록 하며 정부 책임론을 희석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심지어 국민의힘 정미경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안전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는 둥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족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윤석열 정부에 희생자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유족에 대한 티끌만큼의 배려도 없이. 아니나 다를까 시민언론 ‘민들레’에 의해 명단이 밝혀지자, 유족들은 상처를 들쑤시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유족의 뜻에 반하는 일이 과연 정의롭다고 할 수 있는가? 결국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을 뿐이다. 이외에도 야당은 참사의 원인을 현 정권의 탓으로만 책임을 돌리며 여론전에 힘을 쏟고 있다.

결국 10.29 참사의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여야의 정치적 싸움에 휩쓸렸다. 정치인들이 내뱉는 유가족들을 배려하지 않은 발언으로 인한 2차 가해를 겪어야만 했다. 두 당 모두 유가족을 위한 선택인 척 말을 뱉었지만, 실상 유가족들에겐 상처만 안긴 꼴이 된 것이다.

여야 모두 각자의 정당에 속하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 국회의원은 각 정당의 대표가 아닌 국민의 대표다. 그렇다면 수많은 인명 참사가 발생한 지금,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재난의 정치적 도구화는 비단 이번 사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생때같은 아이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코로나19로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를 겪어야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은 가장 먼저 정치적 전쟁을 시작했고, 뒤늦게서야 이를 멈추길 선택했다. 그 당시 각 정당은 서로를 질타하며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고, 정부는 야당의 의견을 부정하며 귀를 막기 급급했다.

국회의원의 역할은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 비친 정당의 모습 속 국회의원 존재의 목적과 의의를 찾아보긴 어렵다. 그들은 국민의 안전 수호라는 도착지로 향해야 하지만, 방향감을 상실한 채 노만 젓고 있는 항해사로 전락해버렸다. 아무리 열심히 노를 저어도 오히려 멀어질 뿐 국민에겐 닿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항해사들은 뿌듯할 것이다. 본인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이젠 잘못된 뿌듯함에서 벗어나 그들이 잃어버린 방향감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진정한 국민의 안전 수호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며 올바른 정착지로 향하길 바란다.

김민진 기자  122128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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