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졸업논문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2021년까지 본교에서 졸업논문 제출을 요구하는 학과는 총 17개였으나, 올해만 3개 학과(△글로벌금융학과 △아동심리학과 △아태물류학부)가 졸업논문을 폐지했다. 지금껏 졸업논문은 학부생이 전공과목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집대성하는 제도로 4년 동안 쌓은 학문적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왔다. 그러나 많은 대학에서 졸업논문을 간소화하거나 폐지하면서, 본교 역시 졸업논문 존폐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다.

우리 대학에 불어온 졸업논문 폐지 바람

졸업논문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졸업논문이 유명무실해진 점을 지적한다. 국제통상학과는 이미 작년부터 학생들에게 졸업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최용록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 지도가 어려운 시점에서 졸업논문은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하다”며 “창의적 도전이 논리적 설득보다 더 중요한 시대”라고 졸업논문 미시행 결정 이유를 밝혔다.

국제통상학과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글로벌금융학과, 아동심리학과, 아태물류학부가 졸업논문 폐지를 결정했다. 졸업논문 의무화가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태물류학부 A교수는 “많은 학교에서 졸업논문이 축소 또는 폐지의 과정을 밟는 상황에서 논문을 강조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겐 논문보다 ‘취업’

학생들은 졸업논문 폐지 추세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함주연(미컴·4) 학우는 “요즘은 주전공과 전혀 다른 직무를 선택하는 추세이기에, 졸업 논문을 필수로 지정하는 건 학부생들에게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1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졸업자 중 52%가량이 전공과 전혀 무관한 직업을 선택했다. 직업과 전공 간 상관관계가 점점 무의미해지는 현 상황에서, '전공 심화 평가'와도 같은 논문 제도가 되려 학부생의 취업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졸업논문 대신 취업 스펙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경우 졸업을 위해선 졸업논문, 졸업작품, 공인영어성적 중 하나를 선택해 제출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우는 졸업논문보다 취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인영어성적’을 제출한다. 김지연(미컴·3) 학우는 “취업 준비를 위해서 영어 성적은 이미 있어야 하고, 학과 특성상 졸업작품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경우가 많아 졸업을 위해 논문을 작성하는 학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 학교는 이미 ‘인턴’이나 ‘공인 영어 점수’, ‘경제 능력 시험’ 등 취업 스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항목으로 졸업논문을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외대, 건국대, 숭실대 등 서울권 주요 11개 대학의 경제학과가 ‘매경TEST’로 졸업논문을 대신하고 있다.

졸업논문을 향한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

졸업논문 폐지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 여전히 졸업논문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있다. 졸업논문이 학업 성취도를 판가름할 수 있는 요소라 여기는 것이다. 글로벌금융학과 한재준 교수는 “논문 작성을 통해 학생들이 한 번 더 주전공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며 “졸업논문 대신 취업 스펙을 위한 자격증을 받는다면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의 본질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업논문을 통해 전공을 심화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C학우(철학·4)는 “전공 내용 중 관심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전공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졸업논문이 가야 하는 길

졸업논문 중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이지만, 졸업논문 의무 제출이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점엔 공감했다. 이에 학생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졸업논문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재준 교수는 “개인이 아닌 3명~5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논문 주제를 미리 정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소은 기자  1220323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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