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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세상이란 학교에서 꿈을 향해 비행

소설가 이문열과 황석영, 싱어송라이터 악뮤(AKMU), 배우 유아인, 래퍼 버벌진트 그리고 올해 ‘노벨 수학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프린스턴대 허준이 교수.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 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렀다는 점이다. ‘학교에 다니는 게 의미가 없어서(황석영)’, ‘경제적 사정(악뮤)’ ‘정신적 스트레스(유아인)’, ‘시인이 되고 싶어서(허준이)’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들은 모두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처럼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마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구축하는 이들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대부분 사람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에 학교 밖 청소년은 극소수에 불과하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교육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4만 7천여 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떠났다. 매년 본교 학생의 약 3배가량 되는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는 셈이다. 이토록 많은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를 떠나 그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갈까?

왜 학교를 나오는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자퇴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2021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교 밖 청소년 중 37.2%(복수 응답)가 ‘학교에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어서’ 자퇴했다고 응답했다. 학교에 다니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느낀 이유는 다양하지만, 학교에서 하는 활동이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대답이 다수를 이뤘다.

“솔직히 특성화고 간 거 후회했어요. 적성도 안 맞고, 재미도 없고, 너무 힘들고…” 고등학교 2학년, A양은 학교에 자퇴원을 제출했다. 평소 공부보다 꾸미는 일을 좋아했던 A양은 특성화고 뷰티 미용과의 진학했다. 그러나 미용 수업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았다. 헤어 디자인 실무는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가위를 잡는 방식도 평소와는 다르다 보니 실수로 손을 자르는 일도 다반사였다. A양의 적성에도 맞지 않았다. 제자리에서 오래 작업해야 하는 피부 미용 수업은 활발한 성격 그의 성격과 맞지 않았고, 메이크업 수업은 얼굴을 예쁘게 꾸미는 법을 배우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특수 분장에 치중되어 있었다. 날이 갈수록 심신이 지쳐가던 A양은 결국 자퇴를 결정했다.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29.6%)’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도 상당수에 이른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이 자신이 꿈꾸는 바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고에 재학하던 B군은 프로게이머를 꿈꿨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푹 빠져 있던 그는 각 챔피언(캐릭터)에 대해 공부하고 매 게임 승패 원인을 분석했다. 매일 같이 즐겁게, 또 열심히 게임을 하다 보니 전국 상위 0.028%에 해당하는 ‘그랜드마스터’ 등급에 오를 수 있었다. 즐거운 일을 하면서 인정을 받으니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게임 연습을 병행했다. 다른 프로게이머 지망생들과 경쟁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낮에는 학교에 있으니 밤새 게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밤에는 계속 게임을 하고 낮에는 학교에서 쪽잠을 자는 생활을 이어 나갔다. 심신이 지치기도 하거니와 이대로는 다른 지망생들과 도저히 경쟁이 안 되겠다고 판단하여 B군은 학교를 자퇴했다.

막상 나와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검정고시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시흥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자퇴했다고 하면 사고를 쳐서 자퇴했다거나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해서 자퇴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요”(A양) 나름의 이유를 갖고 학교를 떠난 그들이지만 사회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은 것은 ‘선입견, 편견, 그리고 무시(26.1%)’다. B군 역시 자퇴하겠다는 의사를 표하자 “네가 자퇴해서 잘 살 수 있겠나?”라는 조롱 섞인 발언을 들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에 비해 진로와 자립에 관한 어려움(24.2%) 역시 많이 경험하기도 한다.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졸업할 때까지는 학교가 정한 일과에 따라 하루를 보낸다. 이 때문에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자립해야 한다는 압박을 덜 받는다. 반면 학교 밖 청소년들은 정해진 스케줄이 없기에 목표 설정부터 수행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 언제부터 자립해야 할지 경계가 모호하기에 부모로부터 홀로서기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더 자주 직면한다.

명확한 진로와 목표를 가지고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이라도 진로를 향한 계획이 순탄치 못하게 흘러가면 자존감 하락과 같은 문제를 겪기도 한다.

고일영 시흥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팀장은 “학교를 그만둔 것도 사실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지만 그 이후 스스로 주체가 되어 진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효능감을 느끼면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러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학교 친구와의 관계 단절(14.7%)과 혼자라는 불안감(14.3%)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었다. C양은 “자퇴 이후 기존에 학교에서 친했던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졌다”며 “아무리 친한 친구더라도 자연스럽게 멀어졌기에 자퇴를 후회한 적이 있다”고 소회했다.

어려움 극복을 위한 지원체계는 미비

현재 정부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고 있다. 2015년 제정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자체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여러 지역의 지원센터에서 상담 및 복지 사업, 진로 체험 및 자립 준비 지원 등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학교 밖 청소년 지원체계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속해서 제기된다. 법률상 지원센터 설치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센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센터는 각 시·군·구마다 많아야 한 개 있으며 심지어 없는 지역도 다수 존재한다.

설령 거주지역에 지원센터가 있더라도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시·군·구별로 센터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검정고시 수업을 듣거나 복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천시에 거주 중인 D양은 지원센터로 이동하기 위해선 광역버스를 이용해야 하기에 왕복 교통비 6천원, 시간은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 역시 문제로 꼽힌다. 매년 자퇴하는 청소년은 누적이 되는데 그에 비해 인력 충원은 정체돼 있어 업무 과중이 심각한 상태다. 고일영 팀장은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청소년만 하더라도 매년 350여명인데 그에 비해 인력은 10명뿐이라 1인당 35명의 청소년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양질의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15명 정도가 적정하지만, 현재는 이를 초과하고 있다”고 사정을 토로했다.

 ‘평범한’ 청소년들이 다시 한번 비행할 수 있도록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시흥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학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사회적 관심과 배려에서 소외되기 쉽다. 이를 예방하고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공간과 인력에 대한 보충이 시급하다. 지원센터가 없는 지역에 센터를 신설하고 교통편이 어려운 지역에는 분원 설치 등을 통해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실질적인 지원을 위한 인력 보충을 하려면 지방정부 차원에서 인건비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도 절실하다. 인터뷰에 응한 한 청소년은 말했다. “아무렇지 않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무슨 어려움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근데 그렇지 않거든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긍정적으로 봐주기보다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처럼 ‘평범하게’ 봐달라고 입을 모은다. 무언가 유별난 구석이 있어서 자퇴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사정에 맞게 자퇴를 선택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A양은 “나름대로 저희도 본인만의 꿈이나 앞길 같은 게 있다”며 “너무 안 좋게 보지 않고 오히려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학교라는 거대한 틀 밖 어딘가에서 오늘도 세상을 향해 비행(飛行)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조금은 낯설고 다르게 느껴지는 그들의 비행에 오늘도 한 줄기 응원의 시선이 더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기원 기자  1221291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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