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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6년간 꼬여버린 실타래, 다시 도약하는 회칙개정
  • 이기원 기자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2.10.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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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피선거권, 본회 회원, 예하기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하나도 모르겠는데 회칙개정을 진행하니 투표하라고?” 본교 논란의 키워드 속 ‘회칙개정’이라는 단어는 빠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매년 개정을 시도하지만, 학우들에겐 그저 늘상 반복되는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의 향연일 뿐이다. 이에 본지는 총투표를 앞두고 학생회칙을 A부터 Z까지 파헤쳐보고자 한다.

학생회칙이란?

학생회칙(이하 회칙)은 학생자치기구의 구성과 목적, 권한 등을 규정하는 최고 규범이다. 쉽게 말하자면, 학생 사회 속 헌법이라고 볼 수 있다. 총학생회와 총대의원회 등 중앙자치기구 뿐 아니라 본교 내 모든 학생자치기구가 회칙에 근거해 활동하게 된다. 우리 회칙에는 ‘회원’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인하대학교 재학생 전체를 의미한다. 총학생회나 학과 학생회 등에 따로 가입하지 않더라도 회칙에서 말하는 ‘본회 회원’이 될 수 있다.

회칙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바꾸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바로 학생총회와 학생총투표다. 즉 학생 5분의 1 이상이 한 곳에 모여 회칙개정을 의결하거나 학생 절반 이상이 총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만약 학생총회나 학생총투표가 무산될 경우 대의원총회를 통해서 회칙개정을 의결할 수도 있다.

무산과 불발뿐인 회칙개정 시도

지금 통용되는 회칙은 2006년 2학기 개정안이다. 그로부터 7년 후인 2013년, 동아리연합회가 자치회칙을 중앙회칙에 위배되도록 개정해 부정 출마를 시도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 이후 중앙회칙과 자치회칙 간 상·하위 체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2014년, 조휘진 총학생회장은 상·하위 체계화를 포함한 회칙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워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다. 당선 이후 회칙개정을 추진하긴 했지만 간호학과 교내 시설물 독점 사건 등 여러 사건사고에 휘말리면서 회칙개정은 완수되지 못했다.

이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회칙이 담고 있는 큰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 사건의 시발점은 ‘5.28 학생총회’였다. 당시 중앙운영위원회는 본교와의 공간 사용권 마찰과 관련, 대응을 위해 학생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정족수 미달로 인해 무산된 바가 있다. 이에 35대 총학은 학생총회 무산 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를 통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전학대회 소집을 주장했다. 하지만 학생회칙에는 ‘전학대회 삭제’문구도 함께 존재하는 모순이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총대의원회(이하 총대)와 총학의 견해가 갈렸다. 총대는 전학대회는 삭제된 조항이므로 개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현행 회칙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터져나왔고, 회칙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으로 다시 한번 이어졌다. 현행 회칙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회칙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2015년에 이어 2016년엔 이서준 당시 총대의장이 대의원 총회에서 회칙개정을 발의해 회칙개정특별위원회(이하 회개특위)를 구성했다. 회칙개정안을 총투표에 상정하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결국 11월 총투표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고 말았다.

회칙개정 실패의 역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17, 2018년 역시 회개특위는 구성됐지만 총투표 상정이 불발된다. 2020년엔 회개특위 위원장이던 선민성 당시 총대의장 등이 음주 사건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전승환 부위원장 주도하에 개정안을 작성했다. 그러나 대의원이 주도하지 않은 회칙개정은 위법하다는 유권 해석에 따라 총투표 상정이 불발된다. 2021년 회개특위는 회칙개정안을 총투표에 상정하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투표율 미달로 개표를 하지 못했다. 투표율 미달은 끈질기게 회칙개정의 발목을 잡아왔고 이에 대한 결과로 2006년 개정안이 16년이 지난 현재까지 쓰이게 된 것이다. 2013년부터 회칙개정에 대한 목소리는 존재했지만, 매년 불발됐고, 회칙은 변화하는 학우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없었다. 10여년간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뤄지지 못한 회칙개정은 여전히 학생사회의 숙원 사업으로 남아있다.

기존 회칙 문제점                                                         

현행 인하대학교 중앙자치기구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총학생회장단이 후보 등록을 하기 위해서 10개 학과 50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즉 총학생회장으로서 일을 하고 싶은 학생이 있더라도 추천인을 채우지 못하면 출마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당 규정은 총학 후보자가 지나치게 난립하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지금 시점에선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비판을 받아왔음에도 세칙을 개정하는 주체가 회칙에 명시돼 있지 않기에 관련 규정 개정이 불가능한 상태다.

올해 총학이 ‘비대위장 없는 비대위’, ‘유령 기구’라는 오명을 얻은 것은 현행 회칙의 탓이 크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모두 결원인 경우 회칙 제130조와 제133조에 따라 해당 단위의 직선간부(단과대 학생회장) 중 1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된다. 지난 1월 이 조항을 근거로 한혜민 사범대 학생회장이 총학 비대위원장으로 호선됐지만, 한 달이 채 안 돼 사퇴를 선언하며 총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장마저 결원이 됐다. 4월 재선거로 당선된 노윤철 아태물류학부 학생회장도 총학 비대위장 직책을 거부하며 비대위 구성에 실패했다. 이후 총학생회의 예산과 사업이 모두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현행 회칙은 비상대책위원장이 없을 시 대행자를 결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들이 축제를 진행할 때 본교는 진행할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치기구 종사자가 탄핵을 받아야 할 만큼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다고 하더라도 징계에 처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학생회칙 제148조에 따라 자치기구 대표자나 집행부를 탄핵·해임하기 위해서는 전학대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전학대회를 규정한 학생회칙 제5장 위에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삭제’라는 문구가 삽입돼 전학대회를 개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규 자치기구 설립에 대한 어려움 또한 문제다. 학생회칙 제8조는 신규 자치단체의 승인권을 학생총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제 변경으로 새로운 단과대나 독립학부가 설치된다고 하더라도 학생총회 의결이 없으면 학생회를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학생총회는 본교 학생의 1/5 이상이 동시간 같은 공간에 모여야 가능해 사실상 의결이 불가능하다. 학생총회 무산 시 전학대회에서 이를 통과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전학대회가 삭제됨에 따라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학생총회를 대신할 수 있는 학생 총투표 역시 과반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에 의결요건이 까다롭다. 이로 인해 2016년 설치된 미래융합대학과 2021년 설치된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은 현재까지 학생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새로 바뀌는 회칙                                                        

먼저 세칙 제·개정권 주체를 대의원총회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시대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는 사안은 세칙 개정을 통해 바꿀 수 있게 됐다. 의결 요건이 까다로운 학생총회와 달리 대의원총회는 비교적 쉽게 열릴 수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사항은 개정하기 수월해질 전망이다.

총학생회 공백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마련됐다. 개정안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모두 없는 경우 총학생회장 권한대행 임명권을 대의원총회에 부여했다. 대의원총회가 권한대행을 임명하기 전까지는 세칙이 정한 순서에 따라 각 집행국장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했다. 또한 남은 임기가 120일 이상 남은 상태에서 총학생회장단이 궐위된 경우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세칙 제·개정권, 총학생회장 권한대행 지명권, 신규자치기구 설립 승인권 등 대의원총회에 상당한 권한이 부여됨에 따라 대의원 선출 방식은 직선제로 통일될 전망이다. 기존 대의원 선출방식은 회칙에 명시돼 있지 않아 단과대별로 직선제, 간선제, 추천제 등 중구난방이었다. 그러나 학생의 뜻을 대표하는 대의원을 학생이 직접 선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민주적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줄곧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단과대별 자치회칙에 따르던 대의원선출 방식을 중앙세칙으로 정하도록 바꾸었다. 회칙개정 통과 시 세칙을 통해 대의원선출방식이 직선으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완전히 삭제됐다. 전학대회가 가지고 있던 탄핵발의권은 일반 학우들이 의견을 모아 행사할 수 있도록 바뀐다. 개정안 제11조는 자치기구 소속 학생 10분의 1이 동의한 경우 누구나 탄핵소추를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해당 조문이 통과된다면 다수의 학생이 의견을 모으면 별도의 기구를 거치지 않고 탄핵을 소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자치기구에 대한 학생의 알 권리를 강화하는 조항도 신설해 논의 중이다. 개정안은 기록물도서관을 신설해 자치기구에서 생산하는 문서를 수집하고 학생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자치기구에서 생산한 모든 문서를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학생들이 이를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재정에 관련한 정보에 대한 알 권리를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다. 개정안 제10조는 예산, 결산, 계좌거래내역, 차입금, 총유 재산의 현재액 등 재정정보 청구에 응하지 않는 자치기구는 즉시 예산이 동결되고 자치기구 장 직무가 정지되는 등 강력한 제재를 받도록 규정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학제 개편에 따른 경우 대의원총회가 신규 자치기구를 설립을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회칙개정이 통과되면 향후 신설되는 단과대의 학생회 신설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회칙개정 필요성

인하대학교 학생회칙은 2006년 이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난 16년간 시대는 변했고 학생사회도 끊임없이 바뀌었지만 세월의 풍파에 녹슬어버린 회칙은 변화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해왔다.

지난해 11월 본지는 과 학생회 급대표(이하 과대)에 대한 규정이 미비해 선출과 봉사장학금 지급이 허술하게 이루어지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인하대학신문 1295호 ‘장학금 받는 과대인데… 과대 선출 규정 없는 곳이 절반 이상’ 참조) 당시 총학생회도 해당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를 시정할 수 없었다. 통일된 과대 선출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회·세칙을 손봐야 하는데 세칙은 개정 주체가 없고 회칙 개정은 불발됐기 때문이다. 자치기구 종사자가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근거 규정이 없어 해결할 수 없다.

하급 단위 학생회장이 상급 단위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하는 제도는 자치기구에 종사하는 학우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회칙상 총학생회장이 없는 경우 단과대 학생회장이 총학 비대위장을, 단과대 학생회장이 없는 경우 학과 학생회장이 단과대 학생회 비대위장을 맡게 된다. ‘비대위장 없는 비대위’로 인해 총학생회 예산과 사업이 일괄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도 일정 부분 현행 회칙이 부과하는 과중한 업무부담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신규 자치기구 설립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치기구 신설 시 반드시 학생총회 인준을 필요로 하는 회칙은 학제 개편에 따라 새로 생긴 단과대 학생들이 학생회비 납부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만든다.

지난 16년간 바뀌어온 학생사회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본교는 2023년 자율전공학부(이하 자전학부)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번 총투표에서 미융대, 소융대 학생회 설립안이 통과되더라도 자전학부처럼 새로운 독립학부, 단과대가 생긴다면 이들도 똑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원화캠퍼스 문제도 있다. 현 학생회칙은 용현캠퍼스를 제외한 나머지 캠퍼스에서의 학생자치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회칙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현재 운영중인 항공우주캠퍼스, 그리고 앞으로 준공될 송도캠퍼스와 김포메디컬캠퍼스도 비슷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다가온 총투표, 회개특위 남은 계획은?

회칙개정 초안 작성을 완료한 회개특위는 총투표 성립을 위한 홍보에 전념할 계획이다. 회개특위는 이번 회칙개정안을 홍보하고 회칙개정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실시한다. 공청회는 △총대의원회, △중앙자치기구(졸업준비학생회, 생활도서관), △단과대학 및 전체 학우, △미융대, 소융대 △동아리연합회를 대상으로 총 5회 실시한다. 총대의원회를 대상으로 한 공청회는 지난 25일 실시했으며 중앙자치기구, 단과대, 동아리연합회 대상 공청회는 매주 화요일 19시 실시할 예정이다. 미융대, 소융대 대상 공청회는 11월 둘째 주 중에 줌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공청회 이외에도 각종 온·오프라인 홍보를 실시한다. 온라인 상으로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각종 홍보 콘텐트를 배포 중에 있다. 카드뉴스 등 단순한 홍보물 뿐만 아니라 유형 테스트, 회개특위 위원 숏터뷰, 15초 티저 영상, 인스타그램 스토리 AR 필터  등 새로운 방식의 콘텐트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으로는 각종 이벤트를 통해 홍보를 이어나간다. 오는 2일 실시하는 ‘인하 동아리의 날’ 행사에서 학생회칙 개정안이 담긴 돗자리를 제작·대여하고 퀴즈에 응시한 학생들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한 교내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안뇽인덕이’ 인형을 설치하고 총투표를 홍보할 계획이다.

홍보를 주도하는 권수현 회개특위 대외부위원장은 “학생들의 공감대를 살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2일에서 24일, 회칙개정이 학생들의 판단을 받는다. 2006년 이후 16년만에 인하대학교 학생회칙이 개정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기원 기자 , 김민진 기자  qnal44@inha.edu , 122128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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