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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부알못 야구선수에서 법잘알 판사로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작한 야구 선수 생활. 인생을 걸 정도로 좋아했던 야구를 뒤로하고 시작했던 공부. Sad, daddy 같은 기본적인 영단어의 스펠링도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이뤄낸 대학교 합격부터 사법고시 합격까지. 야구선수에서 김앤장 로펌을 거쳐 대한민국 판사가 된 이종훈(법학과 01학번) 판사의 도전 스토리다.

인생의 첫 포기와 새로운 도전

유년 시절 기억은 온통 야구뿐이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시작한 선수 생활을 무려 7년이나 이어 나갔다. “9회 말 마지막 공 하나에 홈런이 나와서 승부가 바뀌기도 하는 것에 (야구의) 매력을 느꼈어요.” 열심히 했던 야구 연습으로 실력이 늘긴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결국 재능이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 지나며 장래에 대해 막연히 걱정은 됐지만, 야구 없는 인생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께선 야구를 그만두는 걸 조심스레 권유하셨다. 이종훈 판사는 결국 일주일간의 고민 끝에 그만둘 것을 결정했다. “큰 후회는 없었어요. 저도 야구엔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부모님의 말씀으로 그걸 확인했던 것 같아요. 운동을 안 하는 대신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이종훈 판사는 야구를 그만두고 공부의 길을 선택했다. 운동하느라 공부 하나도 못 해서 어떡하냐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운동을 하며 배운 게 더 많았다. “체력도 근성도 승부욕도 모두 체화된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처음엔 20분도 앉아있기 힘들었는데 참을성을 가지고 습관을 들였어요. 운동을 하며 기른 근성과 포기하지 않고 기초부터 시작한 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방법인 것 같아요.”

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펼친 고2 영어 교과서는 모르는 단어들 투성이었다. 기초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중학교 1학년 교과서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새벽 3시까지 공부하고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에선 화장실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공부에 몰두했다. 심지어 걸어 다니거나 버스를 타서도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암기했다. 결국 그에겐 반 52명 중 51등에서 11등까지 성적이 오르기 기적이 일어났다. 엄청난 반등이었다. “내가 열심히 하니까 이렇게 결과가 계속 나오네? 내가 하니까 되네? 이런 거에 흥미를 많이 느꼈어요.” 그는 대학교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 3학년 10월에 자퇴를 결심한다. “자퇴는 두렵지 않았어요. 내신이 낮아서 대학을 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까요.” 자퇴 후, 검정고시부터 수능까지 쉼 없이 달려왔던 그는 인하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는 쾌거를 이뤄낸다.

두 번째 도전, 그리고 슬럼프

인하대에 입학한 후, 누구나 그렇듯 후문가에서 신나게 놀고 야구 동아리의 일원으로 활동했던 이종훈 판사는 군대에 입대하게 되며 진로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변리사, 노무사, 사법고시 등... 법학 계열 시험에서 공통적이었던 민법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했다. 민법 공부는 생각보다 적성에 맞았고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도 못 했던 사법고시를 도전하게 된다. “처음엔 사법고시에 붙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내가 되겠어?’ 싶었지만, 그래도 (민법) 공부가 재밌었고 욕심도 생겼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민법은 실용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법학이라는 게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학문인 거잖아요? 그런 매력에 끌려 이왕 시작한 공부, 사법고시도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인하대학교 고시반과 학원에서 공부하던 이종훈 판사는 사법고시 1차 시험에서 전국 10등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게 된다. 짧은 시간 내로 4과목을 더 공부해야 하는 2차 시험의 통과를 위해 열을 내며 공부를 했지만,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보니 한번 볼 때 오래 걸리는 편인데 이걸 1년 4개월 내로 끝내려고 하다 보니 머리에서 열이 나더라고요. 밤에 자려고 누워도 머리에서 열이 나서 잠이 안 올 정도였어요. 계속 잠을 못 자다 보니 공부 흐름을 놓치게 됐고 결국 다 포기하게 됐죠. 사실 그냥 며칠 쉬고 다시 이어갔어도 됐는데 그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종훈 판사는 결국 1차 시험 후 주어지는 두 번의 2차 시험을 모두 불합격하게 된다. 다 포기할까 싶었지만, 아버지의 격려에 힘을 얻어 다시 한번 사법 고시에 도전한다. 야구로 배운 끈기가 작용한 것이다. 1차 시험에 합격 후 2차 시험까지 치열하게 공부했고 결과만이 남아있었다. “6호관과 인하 공전 운동장 사이 풀숲에 핸드폰 끄고 숨어있다가 발표 시간이 되고 핸드폰을 딱 키자마자 전화가 왔어요. 합격이구나! 너무 좋았고 안 믿겼어요. 혹시 동명이인일까 봐 수험번호까지 확인했죠” 그때를 회상하는 그의 눈엔 행복함이 드러났다.

면접까지 무사히 마치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이종훈 판사는 쉴 틈 없는 ‘시험지옥’과 마주했다. 시험 기간만 2주에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5~60일간의 긴 시간이다. 대형 로펌 입사 여부는 1년 차 성적만으로 결정되기에 사법연수원 입소 첫해에도 방심해선 안 된다. 특히 2학기 시험의 경우 75%가 반영되기에 모두가 이를 악물고 꼼꼼히 준비한다.

치열하게 노력한 그는 그 결과 1년 차 성적으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사법 고시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뭐든 내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걸 배웠거든요. 이 생각으로 꾸준하게 해야 할 일을 해나갔던 것 같아요. 결국 야구 선수 생활과 사법 고시 생활 중 실패가 큰 도움이 된 거죠.” 다섯 군데에 원서를 넣고 다섯 군데 모두에 합격 문자를 받은 그는 마침내 변호사가 돼 모두가 인정하는 로펌인 김앤장에 입사하게 됐다.

변호사, 그리고 또다시 도전

“똑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변호사의 경우 공격 내지 방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판사는 판단하는 사람이니 시각이 다른 것 같아요. 변호사는 한쪽의 편을 들면 된다면, 판사는 양쪽 의견을 다 들어보고 어느 게 맞고 어느 게 가장 합리적이고 공평한지를 판단해야 하니까요. 판사는 비교적 자율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부터 변호사를 꿈꿨던 건 아니다. 그는 판사가 되고 싶었지만, 법관을 일정 경력의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선발하는 제도인 법조일원화로 인해 불가능해져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김앤장에 입사한 이종훈 판사는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아침 9시에 출근해서 꼬박 밤을 새워 다음 날 오후 2시에 재판에 들어가 9시에 나올 정도로 강행군이 이어졌다. 이렇게 변호사로서 5년 정도 근무한 이종훈 판사는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판사 임용을 도전하게 된다. 판사 임용은 지원서 접수, 법률서면 작성평가부터 약 네 차례의 면접까지 6개월간 빡빡한 일정으로 이뤄진다. “판사 임용은 되게 힘들었어요. 임용 시험을 본다고 해서 무조건 합격하는 것도 아니고...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판사 임용에 붙었죠.”

판사, 그리고 앞으로의 이종훈

임용 초기, 이종훈 판사가 중요시한 건 ‘법리적인 부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법 감정에 맞고 상식에 맞고 형평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법과 법리가 있는데 이걸 사실관계와 조합을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법리라는 건 수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들어가는 건데 상식적인 부분에선 안 맞는 부분이 존재하기도 해요. 법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사건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누가 이 사건에서 이기는 게 맞는지, 누가 구제받아야 하는지를 잘 따져보기 위해 노력해요.”

그는 판사로서의 다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맡은 직분에 최선을 다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런 판사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재판을 통해 어느 한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하는 만큼 어렵고 무거운 자리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갈등과 가치관의 충돌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균형감각과 공정한 안목을 갖추고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재판을 하기 위해 노력해나가야죠.”

이종훈 판사의 이닝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가 앞으로 이어 나갈 이닝에서 판사라는 이름으로 보여줄 속 시원한 만루 홈런 같은 판결을 기대해본다.

김민진 기자  122128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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