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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톡톡] 황금비라고 정말 아름다울까?

중학생 시절 SNS를 하던 중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김태희 얼굴, 피타고라스가 인정한 가장 아름다운 비율” 배우 김태희 씨의 눈,코,입 등의 간격이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율, 황금비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학교 수학 교과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본 기억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밀로의 비너스상,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등… 인류 역사를 빛낸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는 모두 황금비가 적용됐다는 것.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에 심오한 수학적 비밀이 담겨있다는 이야기는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몇 년간 황금비의 신비를 믿으며 살아가던 중 충격적인 기사를 발견했다. 파르테논 신전, 비너스상, 다비드상 어디에도 황금비는 없다는 내용. 그 글을 보니 혼란이 왔다. 어떤게 진실일까? 황금비는 정말 아름다운 비율이 맞을까?

이 질문에 대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황금비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황금비는 직선을 두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전체 길이:긴 부분=긴 부분:짧은 부분’이 되게하는 비율로 약 1:1.618이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가 발견한 이 황금비는 대수학, 기하학 등 수학의 여러 분야에서 관측된다. 너무나도 다방면에서 활용되는 르네상스 시대 수학자 루카 파촐리는 황금비를 ‘신이 내린 아름다운 비율’이라고 칭했다. 여기서 아름답다는 말은 육안으로 보기에 아름답다는게 아닌 수학적인 의미다. 이후 몇몇 예술가들은 ‘황금비’라는 수학의 아이디어를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다. 그러나 후대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비율’과 ‘예술작품에 적용됐다’는 이야기를 잘못 섞어내면서 ‘위대한 예술작품에는 모두 황금비가 녹아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런 생각에 매혹된 사람들은 예술작품과 황금비를 연관지으려 시도했다. 문제는 이 중 상당수가 황금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1:2.25, 비너스상은 1:1.555, 다비드상은 1:1.535로 황금비와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측정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럴듯한 황금비와 아름다움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을 믿게 됐고 점차 다양한 분야에 이를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미인의 얼굴에 황금비가 적용됐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미인이라고 알려진 연예인에게 이른바 ‘황금비 가면’을 씌우면서 ‘황금비율 얼굴이다’라고 하는 주장은 대체로 착시현상을 이용한 트릭이다. 위에 언급한 김태희씨의 경우도 황금비 마스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눈, 입술, 턱 윤곽선이 어긋나게 된다. 성형외과 전문의 이승철 원장은 “황금비와 얼굴의 매력은 그다지 상관이 없으며 매력적이지 않는 얼굴도 황금비에 들어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금비는 가장 아름다운 비율인가’라는 질문에는 애초에 한계가 있다. 아름다움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황금비를 통해 아름다운 예술을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미의 기준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이기원 기자  1221291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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