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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영화] 정의란 무엇인가

CIA 요원인 주인공은 작전 중 적에게 잡혀 자결을 시도하지만, 가까스로 CIA에 구출된다. 충성심을 인정받은 그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채 미지의 집단 소속으로 새로운 작전에 투입된다. 그러던 중 미래의 세력들과 결탁해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를 만나 시간을 거스르며 그를 막고자 고군분투한다.

‘테넷’은 독특한 시간 여행물이다. 테넷 판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인버전’은 대상의 시간 흐름을 역행/순행으로 전환하는 행위이다. 만약, 인버전 된 총알을 사용한다면 총알이 벽에 박혀 있다가 방아쇠를 당길 때 총구로 다시 들어간다. 인버전을 활용한 시간 여행은 총알의 예시처럼 원인과 결과의 순서가 뒤바뀌는 낯선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 인버전을 이해함에 있어 필자가 줄 수 있는 조언은 ‘일어난 것은 일어난 것이다’라는 명제를 기억하는 것이다.

작 중에는 역행하는 사토르가 인질을 쏠 것이라 협박하며 순행하는 주인공을 심문하는 장면이 있다. 사토르가 인질의 배에 총을 쏘자 주인공은 협박에 못 이겨 질문에 답을 한다. 이 장면을 역행하는 사토르의 시점에서 보자. 사토르는 미래에서 과거로 가고 있기 때문에 질문과 협박을 하기도 전에 주인공에게 원하는 대답을 듣는다. 그렇다면 대답을 이미 들었으니 사토르는 질문과 협박은 하지 않는가? 아니다. ‘일어난 것은 일어난 것이다’라는 명제에 따라 대답을 들었다는 건 질문과 협박이 선행됐다는 것이니 사토르는 대답을 들었음에도 인질에 총을 쏘고 질문을 한다.

‘일어난 것은 일어난 것이다’라는 명제가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단순히 ‘과거는 바꿀 수 없다’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시간여행이 가능한 시점에서 ‘모든 일은 결정돼 있다’라는 운명론을 의미한다. 영화는 모든 일이 결정된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에게 삶을 결정할 자유의지가 있는지 관객이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 인버전 정의 하나가 운명론과 자유의지라는 철학적 질문을 끌어낸 것이다. 이 밖에도 영화는 인버전의 특성을 통해 서사를 그리기도, 연출을 만들기도,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은 영화 테넷에서 '정의(定義)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정의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창출해내는 행위다. 영화 속에서 인버전이 정의됨에 따라 감독은 세상에 없던 서사, 연출, 교훈을 만들어내고 영화에 가치를 부여한다. 마치 씨앗에서 나무가 자라듯 인버전의 정의는 씨앗이 돼 영화라는 예술작품의 나무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테넷만의 매력이다. 설정에 집중하며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퍼즐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여운을 느끼는 것이 아닌, 하나의 영화를 탐구하며 즐기고 싶은 당신에게 테넷은 훌륭한 선택지가 돼 줄 것을 확신한다.

하재윤 수습기자  jim_ha@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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