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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책] 하얼빈, 김훈의 글로 안중근을 읽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탄 6발을 쏜다. 그리고 목놓아 “코레아 후라(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다. 각종 책과 미디어에서 안중근은 독립투사, 영웅 위인으로서 모습이 강조돼 왔다. 맞는 말이다. 안중근 의사는 지금까지도 우리네 마음속 영웅이다.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은 영웅이란 그늘 뒤에 감춰진 인간 안중근의 가장 치열했던 일주일을 다룬다. 소설은 307페이지에 걸쳐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저격의 순간은 단 여섯 페이지에만 나올 뿐이다. 그 대신 소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에 주목했다.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두 인물이 하얼빈으로 가는 여정을 따라가며, 그들의 내면과 심리를 묘사한다. 두 사람이 하얼빈에 도착하기까지의 상황을 나란히 두고 번갈아 보여준다.

안중근의 꿈은 동양 평화였다. 민족의 독립을 넘어 일본과 중국, 인도차이나반도까지 거대한 동양권 모두가 독립성을 유지하길 바랐다. 반면, 이토가 생각한 동양 평화는 동양 전체를 일본의 패권으로 지배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독립의 이상과 약육강식의 야만성 사이, 두 사람은 동양 평화를 두고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 속 이토는 대련 지역에서부터 남만주 철도를 타고 하얼빈을 향한다. 조선 반도를 넘어 만주까지 뻗어나가던 일본 제국주의 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중근은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하얼빈으로 동청 철도를 타고 오는데, 이는 일본에 대한 저항 세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하얼빈 철도는 그 교차점이다. 두 사람은 하얼빈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안중근은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도마’라는 세례명을 받은 천주교인이었다. 가족과 교리를 지켜야 한다는 고뇌 속에서 안중근은 동양 평화를 위해 총을 들었다. 안중근은 거사 후 이끌려간 법정에서 이토의 죄악을 성토하고, 동양 평화를 주장한다. 그 시대 안중근은 문명개화로 위장된 약육강식의 시대에 들어가 저항한 것이다.

오늘날 동양은 어떠한가.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패권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북한은 연일 핵미사일을 실험한다. 중국은 시진핑 1인 통치체제를 공고히 하며, 대만 통일 의지를 연일 강조한다. 8개월째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행한 러시아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은 너무나 불안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육강식의 시대에서 저항했던 안중근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당대에 경청 되지 못한 그의 희망이 후대에는 경청 돼야 한다.

하얼빈은 김훈 작가 특유의 담백하고 담담한 문체로 울림을 준다. 김훈의 글로 안중근의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행운이다. 4백 년 전의 이순신을 다시 만났던 ‘칼의 노래’처럼 하얼빈은 100년 전 인간 안중근을 만나 볼 수 있는 책이다.

김종선 기자  jongseon0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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