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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거짓 회칙개정의 오류를 범하지 않길
이재원 편집국장

 

베토벤의 음악이 어떤 환경에서 만들어졌을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너무나도 웅장한 나머지, 대개는 그 곡이 크고, 화려한 저택에서 만들어졌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예상과는 달리, 돼지우리와 같이 낡고 더러운 아파트 한 켠에서 탄생했다. 이처럼 '뭔가 있을 거야'라며 과정과 결과가 서로 비슷할 것이라 단정 짓는 습관은 우리가 꽤 많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다. 이 오류가 좀 더 심화되면 베토벤의 위대한 작품 탄생의 이유로 그의 더러운 작업환경을 꼽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간의 선후 관계를 인과관계에 그대로 적용하거나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어떤 결론을 단순 판단하게 되는 오류. 이를 ‘거짓 원인의 오류’라고 한다.

지난 24일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내달 말 학생총투표가 의결되며 어느덧 운명의 날까지 20일 남짓 남은 회칙개정. 회칙개정이 범하고 있는 오류는 없는가? 사실 개정 회칙 초안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그동안 본교 학생사회가 품고 있던 병폐들을 지적함에 있어 부족하지 않다. 총학 공석 방지, 신규자치기구 설립 요건 완화, 대의원에 대한 세칙 제·개정권 부여 및 직선제를 통한 대표성 확립 등 병든 학생사회에 '꽤 그럴듯한 처방'이 내려졌다.

하지만 '꽤 그럴듯한 처방'이라는 결과와는 달리 과정에는 '오류'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회칙 개정안 제정을 위해 올 4월 구성된 회개특위는 구성 전부터 '무효표 논란’, ‘번안 동의’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지만, 회칙 개정 '주관 기구'인 총대의원회는 무기한 예산정지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회칙을 뜯어고치겠다는 이들이 정작 회칙에 의해 발목 잡히고 말아버린, 아이러니 그 자체다. 설령 이번 회칙개정이 성공적으로 통과된다고 해도 훗날 먼 미래의 누군가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2022년에 회칙개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과정상의 오류 때문이었구나!' 시간 선후관계의 잘못된 적용에 의한 '거짓 원인의 오류' 여지를 남긴 셈이다.

또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회칙개정의 가장 큰 목적은 무너져가는 학생사회의 정상화임에 반박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학생사회 몰락의 이유는 무엇인가? 부분적으로는 낡고, 모순만 가득한 조항이라는 제도적 문제요, 본질적으로는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구조적 문제다. 그러나 회칙 개정안은 제도적 개혁만을 외칠 뿐, 후자까지 고려했는지는 의문이다. 새로운 제도만으로 학생사회 틀 정도는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학우들의 관심 회복이 선행되지 않으면 진정한 정상화까진 분명 한계가 있다. 혹여나 다른 본질적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학생사회의 몰락을 제도적 차원에서만 해결하려는 '단순한 판단’을 했다면 이 경우 역시 ‘거짓 원인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회칙 개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부분적 정상화라도 회칙 개정은 반드시 돼야 한다. 다만 베토벤도 혀를 차며 고개를 젓고 갈 '거짓 회칙개정의 오류'를 범하진 않을까 염려가 된다.

이재원 편집국장  ljw3482@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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