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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물 새고 예산 부족, 위기 맞은 대학박물관

“막 물이 스며들고 흘러내리고 그러더라고. (박물관이) 공간적으로 참 힘든 점이 있어요. 유물이 손실되면 안 되니까.”

학생들의 발길이 좀처럼 닫지 않는 본관 지하. 40여 년간 인하의 역사를 지켜 온 본교 박물관에 위기가 찾아왔다. 유물을 전시·보관하는 공간이 좁고 노후화됐으며 박물관 예산마저 줄었기 때문이다.

 

지하에 들어선 박물관 하나

과거 종합대학 승격을 위해 대학은 자체적인 박물관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에 1976년 본교에 박물관이 생겼다. 명목상 박물관이었지만 5호관 강의실 하나에 유물을 그저 쌓아놓을 뿐이었다.

이후 1980년도에 박물관은 본관 지하로 이전했다. 마침내 유물을 전시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공간이 협소한 탓에 전시되지 못한 유물들은 수장고(유물을 보관하는 창고)로 향했고, 이제는 그마저 전부 채워진 상태다. 약 150평인 본교 박물관은 본교와 학교 크기가 비슷한 숭실대(약 555평), 성균관대(300평) 등 타대학 박물관에 비해 규모가 작다. 특히 유창호 본교 학예연구사는 “국내 세 번째 반구대 암각화 탁본을 갖고 있는데 (전시되지 못하고) 수장고에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박물관에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비가 내리면 건물 내부로 물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박물관에 물이 새거나 습도가 높아지면 오래된 유물들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이에 박물관은 습기로 인한 유물 손실 방지를 위해 제습제에 의존하고 있다.

제습제와 함께 전시돼 있는 유물

설 자리를 잃어가는 대학박물관

지금껏 대학박물관은 대학과 지역의 역사를 연구하고 유물을 전시·기획·수집하는 업무를 해왔다. 그러던 중 조사 기관 인력 기준이 강화되면서 유물 발굴 사업은 대학박물관이 아닌 사립업체나 대형 박물관들이 맡게 됐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육상발굴조사 기관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최소 8명의 상시근무자가 필요하다. 많은 인력이 투입되지 않는 대학박물관으로선 현실적으로 충족시키기 어려운 기준이다. 이로 인해 본교 박물관은 자체적으로 유물을 수집할 기회가 없어 기증을 통해서만 유물을 수집하고 있다.

박물관이 진행하고 있는 역사 기행과 학술대회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전에는 1년에 두 번씩, 학생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역사 기행을 실시했다. 반면 현재는 예산이 줄어 1년에 한 번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외부 기관을 초청해야 하는 학술회의 역시 예산 부족으로 단독 주최가 어려운 실정이다.

 

가치를 보존하는 대학박물관

열악한 상황에 처한 박물관이지만 유 학예사는 역사 보존의 중요성과 대학박물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본교와 연세대 그리고 한양대에는 60~70년대에 사용했던 전자계산기가 있었다. 이후 연세대와 한양대의 전자계산기는 등록 문화재로 등재됐지만, 본교 전자계산기의 경우 소실됐다.

유 학예사의 말에 따르면 반구대 암각화 탁본 역시 소실 될 위기에 놓였었다. “반구대 암각화 탁본도 옛날 도서관 로비에 걸어놨었는데, 이사 가면서 사람들이 버리려던 걸 우리 선배들이 주워왔어요.” 현재 반구대 암각화는 물에 잠겨 표면이 파손된 반면 본교가 보유하고 있는 탁본은 암각화의 모습이 선명해 그 가치가 크다.

 “(사람들이 유물의) 가치를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박물관이) 그런 것들을 모아 놓는 거고요.” 그는 유물 보존을 위해 박물관을 역할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교 박물관과 수장고

공간 문제 해결 시급

현재로서 가장 시급한 것은 협소하고 낡은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유 학예사는 대안으로 독립적인 대학기록관 설립을 제시했다. “역사들이 쌓여서 명문 학교가 되는 거지 (보존된 역사가) 아무것도 없는 학교들과 있는 학교의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큰 거예요.” 실제로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여러 사립대학들이 기록실을 따로 신설해 역사 보존에 힘쓰고 있다.

“독립된 공간이 나와야 뭐가 돼도 되지 지금 위치에서는 너무 힘들어요.” 인하대 설립 68주년, 본교는 긴 세월을 걸으며 수많은 발자국을 남겨왔다. 그간 본교가 걸어왔던 길을 기억하고 발자국을 기록했던 박물관이 지금 위기에 빠졌다.

원종범 기자  yawjbeda@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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