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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성폭력 예방 교육, 이대로 괜찮을까요?

 

 

<본지는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 여부와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응한 학생 81.8%가 예방 교육을 ‘시청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78.2%는 현행 예방 교육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53.6%의 학생이 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 본교 인권센터에서는 성폭력 예방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I-Class’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수강신청한 과목 밑으로 강좌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2022년도 법정의무교육’이다. 학기마다 수강신청한 강좌 목록은 바뀌지만, 법정의무교육만은 매년 그 자리에 있다.

법정의무교육은 정부 기관, 기업,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이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대학은 매년 학생을 대상으로 폭력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성폭력 예방 대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성범죄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건전한 성문화를 확립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교육이 실질적인 예방책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수강을 강제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교육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과 불이익을 부여해 강제로 이수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본지는 인하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9월 16일부터 22일까지 성폭력 예방 교육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학생 109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 현황’과 ‘예방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알아본 후 본교가 마련하고 있는 개선방안에 대해 살펴봤다.

 

 

“틀어놓지만 이수하지 않아”

본교 인권센터에 따르면 2021년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율은 53.2%다. 이는 2020년 이수율인 25.9%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전국 대학 평균인 46.1%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인권센터 측은 ‘우선수강신청 제한을 도입할 수 있다’는 공지가 나간 후로 이수율이 급격히 오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본지 설문 결과 응답자의 48.2%는 ‘동영상을 틀어놓기는 했지만 시청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수한 학생 중 절반가량은 시스템상으로만 교육을 이수한 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영상을 시청했다’는 응답은 18.2%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33.6%는 ‘이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1.8%가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질적으로 이수하지 않은 것이다. 시청하지 않았다고 답한 학생들은 ‘이미 많이 들은 뻔한 내용이어서’,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등의 응답을 보였다.

사과대 A학우는 “초·중·고 내내 성폭력 예방 교육을 들었지만 다 같은 내용이었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단과대 B학우는 “동영상 길이가 너무 길어 끝까지 보기 부담스러웠다”며 끝까지 시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예방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는 의견도 상당수 존재했다. 공과대 C학우는 “범죄를 저지를 의향이 있는 사람이 교육을 듣는다고 해서 범죄를 안 저지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같은 단과대 D학우는 “여성으로서 성폭력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의 대응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예방 교육에서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 같은 피상적인 대응만을 배워왔고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기존에 받아왔던 예방 교육 내용에 대한 불만이 예방 교육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필요성엔 공감하나 개선 필요해

성폭력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53.6%의 학생들이 ‘필요하다’ 혹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 혹은 ‘매우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30%였다. 과반 이상의 학생들이 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다.

한편 ‘본교 성폭력 예방 교육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78.2%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예방 교육의 필요성은 대체로 동의하지만, 현행 예방 교육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인식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달린 응답은 ‘강제 조치 완화’였다. 우선수강신청 제한 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62.7%의 응답자가 ‘만족하지 않는다’ 혹은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사과대 E학우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미이수 시 우선수강신청을 제한하는 제도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며 “미이수자에게 제재를 가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예방 교육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프라인 교육 활성화’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같은 단과대 F학우는 “오프라인 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시간대를 다양화해야 한다”며 “오프라인 교육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식사 제공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콘텐츠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피해를 봤을 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기관이나 법률적 대응 방안 등을 보완해야 한다’, ‘누군가에 대한 성적인 학대나 착취, 폭력이 일어나는 이유와 이를 개선할 방안에 관해 토론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학생들 필요성 공감할 수 있도록 대책 강구

우선수강신청 제한 등 이수를 강제하는 조치에 대해 김규태 인권센터 팀장은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했을 때 학생들의 반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제재하지 않으면 참여율이 지나치게 저조해 ‘폭력 예방 교육 부진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불이익이 생겨 부득이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방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윤수진 인권센터 폭력 예방 교육 담당자는 “국가인권위원회 통계를 보면 2017년에서 2019년 사이 인권교육 이수자가 증가함에 따라 교육기관에서 성희롱 진정 건수가 늘어남을 확인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성별 갈등을 조장하거나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한다기보다는 성폭력 피해가 발생했을 때 주변인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을 교육하는 목적이 크다”고 덧붙였다.

윤 담당자는 “오프라인 홍보 주간 등을 통해 폭력 예방 교육이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총학생회 등과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본교 인권센터는 폭력 예방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오프라인 홍보 부스 운영 △이수자에게 더 배움(비교과) 마일리지 1점 부여 △프로네시스세미나 과목에 폭력 예방 교육 삽입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부터 시범 도입한 ‘우선수강신청 제한’ 조치를 2023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이기원 기자  12212918@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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