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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유튜브] 일상에 열광하다

시끌시끌한 치킨집, 한 커플이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았다.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여자친구 앞에서 남자친구는 닭 다리를 뜯는 데 여념이 없다. 여자친구의 불평은 안중에 없는 듯하면서도 “내가 다 열 받는다”며 꼬박꼬박 한마디씩 거들기를 잊지 않는다. 그제야 기분이 풀린 여자친구도 치킨을 먹으며 자연스레 여행 이야기를 꺼낸다. 이후 두 사람은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도 ‘이 집은 샐러드 맛집이다’, ‘SNS 속 인물이 드라마 주인공을 닮았다’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화를 이어간다. 흔한 10년 차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는 ‘장기연애’는 유튜브 채널 ‘숏박스’의 대표 콘텐츠다.

마주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는 남매,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이 더 강하다며 실랑이하는 친구들, 마감 30분 전 방문한 손님을 영혼 없이 맞이하는 미용사 등까지. 숏박스는 5분이 채 되지 않는 영상 속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녹여낸다.

일상을 소재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숏박스는 최근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화려한 연출이나 웃기기 위해 작정한 포인트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영상들은 다른 유튜브 콘텐츠 스타일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영상이지만 그 안에서 돋보이는 소소한 ‘킬링 포인트’가 지루함을 해소해준다. 핸드폰 충전기를 사수하기 위해 배터리 잔량을 일일이 비교하는 남매의 모습과 특정 어플이 사진이 잘 나온다며 누구나 알만한 어플 이름을 언급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이 바로 그 예시다.

숏박스만의 높은 관찰력을 기반으로 한 각본과 자연스러운 연기는 사람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가만히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지난날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물씬 받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을 소재로 한 영상이 주목 받게 된 이유는 시대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약 3년 전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됐다. 사람들과 모이는 게 법적으로 금지되고 마스크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게 된 그때, 우리는 일상을 잃어버렸다.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들은 그저 일상의 회복만을 바랐다. 숏박스는 소중한 일상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코로나로부터 점차 일상을 회복하고 있는 지금도 숏박스의 인기는 뜨겁다. 자극적이지 않고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을 풀어내는 콘텐츠를 만들며 지쳐 있던 사람들에게 일상을 선물한 숏박스. 어쩌면 사람들이 숏박스에 보낸 사랑과 관심은 고마움의 표시일지도 모른다.

원종범 기자  yawjbeda@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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